미국 연방 당국이 11일(현지시간) 기업 보도 자료에 실린 정보가 배포되기 전 정보를 빼내 주식거래자들에게 제공, 1억 달러의 부당이익을 얻도록 도운 국제 해커 일당과 주식 거래자을 무더기로 기소했다.
당국은 이날 사이버 범죄가 점점 정교해진 이 시대에 이 사건은 처음으로 기소 처리한 최대 규모의 증권 사기라고 밝혔다.
21세기판 신종 내부자 거래인 이번 증권 사기 사건에 기소된 해커 일당은 여러 기업의 실적 발표 등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대형 비즈니스 뉴스와이어 서비스 업체들의 컴퓨터를 해킹했다.
연방 당국이 이날 증권 사기, 컴퓨터 사기, 음모 등의 혐의로 기소한 사람은 미국인과 우크라이나인 등 9명이며 증권거래위원회(SEC)도 이들 9명 외에 미국과 유럽 국적의 23명을 추가해 이들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연방 당국은 미국에서 5명을 체포했고 우크라이나에 있는 4명에 대해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대부분 와이어 사기, 증권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9명은 최고 20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SEC가 민사소송을 제기한 총 32건 가운데는 17명의 개인과 15개의 기업들이 포함됐으며 미국, 러시아, 프랑스, 몰타, 키프로스 등의 국적이다. SEC는 이들에 대해 벌금형과 손해배상을 청구할 예정이다.
SEC의 조사 담당 메리 조 화이트는 “이 사건은 요즘 더욱 정교해진 해커에 의한 세계 증시의 위험을 보여준다”며 “해킹의 범위, 가담한 주식 거래자, 불법으로 거래된 주식, 부당이익의 규모를 볼 때 전례가 없는 사건”이라고 밝혔다.
연방 검찰은 기소한 9명 중에는 우크라이나 국적의 해커 2명, 주식거래자 6명이 포함됐으며 증권 사기로 3000만 달러의 부당이익을 올렸다고 밝혔다.
당국은 2010년부터 올해 5월까지 계속된 이 증권 사기에 해커 일당은 캐나다 토론토의 마켓와이어드, 미국 뉴욕의 PR 뉴스와이어, 샌프란시스코의 비즈니스 와이어 등 비즈니스 뉴스와이어 서비스 업체들이 배포한 15만 건이 넘는 보도자료를 입수했다. 이 보도자료에는 실적 등 기업 정보가 있다.
연방 검찰은 해커들은 이 자료 중 약 800건을 배포되기 전 주식거래자들에게 제공해 주식거래자들이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3일까지 시간차를 이용하는 수법으로 부당이익을 챙겼다고 설명했다.
실적 개선 관련 보고 등 호재는 회사의 주가를 올리지만, 악재는 반대로 주가를 떨어뜨린다.
연방검찰은 사기를 공모한 주식거래자들은 사전에 입수한 정보를 이용해 스톡 옵션 권리를 얻었다며 해커들은 주식거래자들이 얻은 이익 중 일부를 나눠가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방수사국(FBI) 뉴욕지부의 디에고 로드리게스는 “이번 사건을 내부 정보를 미리 빼돌리는 고전적 증권 사기에 해킹이라는 현대적 수법을 이용한 범죄"라고 규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