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10년 전 검은 머리의 동양인이 영국 맨체스터의 올드 트래포드 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인 최초로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한 박지성(34·은퇴)의 이야기다.
맨유는 9일(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박지성이 10년 전 그의 맨유 데뷔전을 회상했다"며 박지성과의 인터뷰를 게재했다.
2002 한일월드컵 멤버로 4강신화를 이룬 박지성은 이듬해인 2003년 네덜란드 PSV에인트호번으로 이적했다. 3년간 92경기에 출전해 17골을 기록한 박지성은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눈에 들어 2005년 7월 맨유로 이적했다.
박지성은 지난 2005년 8월10일 새벽 영국 맨체스터의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맨유와 데브레첸(헝가리)의 2005~2006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예선 3라운드 경기에 출전해 홈 팬들 앞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후반 22분 맨유가 3-0으로 앞선 상황에서 주장 로이 킨을 대신해 투입됐다. 측면 공격수 자리에 선 박지성은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특유의 왕성한 활동량으로 홈 팬들의 눈도장을 받았다.
박지성은 "데브레첸은 강력한 상대는 아니었다. 나도 그래서 긴장하지 않았던 것 같다"며 "모든 게 새로웠고, 내가 출발선에 섰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2012년 여름까지 7시즌을 맨유에서 보낸 박지성은 205경기에 출전해 27골을 터뜨렸고 지난해 에인트호번에서 은퇴했다.
◇맨유 홈페이지에 실린 박지성의 일문일답
- 경기에 출전한다는 것을 언제 알게 됐나.
"퍼거슨 감독은 절대로 전날까지 선발 라인업을 말하지 않는 분이었다. 항상 경기가 열리는 날 아침에 말을 했다. 내가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을 보고 '어쩌면 경기에 출전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퍼거슨 감독이 몸을 풀라고 했을 때 긴장하지는 않았다. 로이 킨과 교체됐는데 우리가 안전하게 앞선 상황이라 부담이 크지 않았다. 한두 번 실수를 했던 것 같지만 나쁘지 않았다."
- 그날 벤치에서 처음으로 느꼈던 올드 트래포드의 분위기가 기억나는가.
"데브레첸은 강력한 상대가 아니었기 때문에 긴장하지 않았던 것 같다. 챔피언스리그는 PSV시절 이미 겪어봤다. 데브레첸전은 예선전이었고 시즌 첫 경기라 경기장이 완전히 차지는 않았다. 그래도 나에게는 완전히 다른 경험이었다. 모든 것이 새로웠고 출발선에 선 느낌이었다."
- 그날 밤 누구와 함께 경기했는지 기억하나.
"내 기억에는 반 니스텔루이, 웨인 루니, 판 데 사르, 리오 퍼디난디, 미카엘 실베스트르 그리고 스콜스가 있었던 것 같다. 내 기억이 맞나? (맨유 편집자 = 그 외에도 게리 네빌, 존 오셰이, 대런 플레처, 로이 킨 그리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있었다)
- 경기를 앞두고는 어떻게 준비했나.
"다른 경기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마 데뷔전을 치를 수도 있다고 생각은 했지만 확실한 것은 아니었다. 벤치에서 출전을 알게 됐을 때는 집에 전화할 시간도 없었다. 늘 꿈꿔왔던 순간이었지만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당시 내게 가장 중요했던 것은 팀에 녹아들고 맨유와 그라운드에 적응하는 것이었다."
- 경기전 퍼거슨 감독은 어떤 말을 해줬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 첫 경기 후에 감독님이 '프리미어리그에 온 것을 환영한다'고 말한 것은 또렷이 생각난다. 나는 '그래, 드디어 잉글랜드에 데뷔했다. 이제 시작이다'라고 생각했다"
- 처음으로 올드 트래포드 입장 통로를 걸어 나가던 순간을 기억하는가.
"맨유와 계약했을 때 처음으로 입장 통로를 걸어봤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입장 통로를 거쳐 그라운드로 걸어갔다. 경기가 없는 날이라 완전히 비어있었지만 올드 트래포드의 의미를 느낄 수 있었다. 데브레첸전에는 벤치에서 시작해 통로를 걸어보지 못했다. 선발로 나섰던 아스턴 빌라(21일)전이 첫 번째 경험이다. 팬들이 노래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는데 아주 특별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