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주총 표 대결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국민연금공단의 적극적인 주주권리 행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오영식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은 지난 5일 "0.05%의 쥐꼬리만한 지분으로 경영 전권을 휘두르는 신격호 회장과 2% 지분으로 경영권 다툼을 벌이는 두 아들의 집안 싸움으로 국민들이 불쾌감을 느끼고 있다"며 "국내 지분 대부분을 가진 국민연금과 국내 주주들이 이번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라고 질타했다.
국민연금이 보유하고 있는 롯데그룹 계열사 지분은 ▲롯데푸드 13.49% ▲롯데칠성음료 13.08% ▲롯데하이마트 12.46% ▲롯데케미칼 7.38% 등이다.
롯데그룹 계열사에서 국민연금이 상당 규모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임시 주총 소집을 요구해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사외이사를 추천해 적극적으로 경영 과정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상황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7일 "국민연금에서 롯데그룹 계열사에 총 6.9%가 투자돼 있는데 시가총액이 1조5000억원 빠져나갔고 (앞으로) 얼마나 더 빠질지 모른다"며 "국민연금은 국민 노후자금을 지켜낼 수 있도록 주주권을 적극 행사하는 방안을 강구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오늘(10일) 국민연금으로부터 주주권 행사에 대한 보고를 받을 예정이다.
롯데그룹 사태로 추정되는 국민연금의 평가손은 475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국민연금은 지난 7월17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안건에 대해 찬성표를 던졌다가 6000억원 가까운 평가 손실을 봤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주가는 지난 7월16일 각각 6만9300원, 19만4000원에서 5만2300원, 15만3500원까지 하락했다.
이 기간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지분을 각각 11.61%, 5.04%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보면 3083억2700만원, 2952억4500만원 규모의 평가손이 생긴 셈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안건을 둘러싸고 비율 산정과 이사회의 신의성실, 지배구조 관련 문제 등이 제기됐지만 국민연금은 이례적으로 자체 투자위원회만을 거쳐 찬성 의견을 내놨다.
통상 국민연금은 중요 안건에 대해 기금운용위원회에 안건 처리를 요청, 기금운용위로부터 의결권행사 전문위가 행사 방향을 심의·의결하는 방식으로 주주 권리를 행사한다.
당시 미국의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 글라스루이스(Glass Lewis & Co.),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서스틴베스트 등은 의결권 자문 결과 삼성물산 합병 안건이 주주 권리에 불리한 부분이 있다며 국민연금에 반대를 권고하기도 했다.
국민연금은 지난 6월24일 SK와 SK C&C의 합병 안건에 대해서는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 심의를 거쳐 반대 결정을 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SK·SK C&C와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 안건에 대해 합병 비율과 자사주 처분 시점 측면에서 쟁점이 유사하다는 시선이 많았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롯데 상장 계열사의 주요 주주로서 경영진을 불러 현재 문제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심도 있게 질의하고 해결책을 요구하는 등 나서야 한다"며 "이번 사태로 롯데 이미지가 추락해 경쟁력이 약화될 경우 손해는 주주에게 전가될 수 있고 국민연금이 이번 사태를 수수방관한다면 국민의 연금 자산 수탁자로서의 의무를 다 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