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기업 공시 '모럴 해저드'…"해외계열사 특히 취약"

기업 불성실 공시 문제…롯데 사태로 수면위 올라

롯데그룹 사태 이후 기업 공시 투명성에 대한 우려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부실 공시로 제재 받는 기업 수가 늘어나는 가운데 해외법인 증가에 따른 회계정보 신뢰성 문제도 제기된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이 호텔롯데, 롯데알미늄, 롯데물산 등의 최대주주 공시 부실이 드러나며 기업의 공시 투명성에 대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은 롯데그룹이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L투자회사에 대한 정보를 숨긴 정황을 확인한 뒤 누락된 내용을 보강할 것을 요구했다.

금융감독원에 의하면 지난 3년간 공시조사를 통해 경고·주의와 과징금 조치를 받은 법인 규모는 증가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 공시 조사 결과 경고·주의 건수는 지난 2012년 19건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42건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과징금 조치를 받은 기업도 13건에서 18건으로 늘었다.

금감원은 법인 최대주주에 대해 대표자와 지분율은 물론 사업과 재무 현황 등 투자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 정보를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공시 내용은 기본적으로 기업이 제공하는 정보를 바탕으로 이뤄져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에 취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시할 정보의 경중을 기업이 판단한 뒤 제공 여부를 결정하는 만큼 부실하다는 점을 인지하더라도 사후 조치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반면 투자자들은 기업 공시를 의사 결정의 주요 정보로 보고 있어 부실한 정보가 상당 부분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

금감원 이해송 기업공시조사팀장은 "정보 종류와 내용의 중요 여부가 시각에 따라 다를 여지가 있다"면서도 "특이사항이 없다고 공시한 뒤 조사 결과 문제점이 드러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해외 사업 비중이 확대하고 있어 공시 투명성에 대한 악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자산 5조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기업(대기업)집단에 계열사 간 순환출자 금지, 내부거래 현황 공시 등을 규제하고 있지만 해외 계열사는 예외로 두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6월10일 12월 결산 상장회사의 해외 소재 종속회사 비중이 늘고 있다는 점을 들며 공시 투명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 바 있다.

지난해말 기준 해외소재 종속회사 비중은 61.9%로 지난 2013년보다 1.1%포인트, 2012년과 비교하면 3.0%포인트 늘었다.

당시 금감원 관계자는 "연결 총자산과 실적의 해외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며 회계정보의 신뢰성 저하가 우려된다"며 "외부 감사 수행 과정에서 감사 절차의 적정성 여부를 중점 점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국내 기업의 해외 계열사 공시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만 계열사 지분 문제의 저면에 있는 순환출자 문제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이날 이언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재벌 총수에 해외 계열사 지분 보유현황 등 공시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을 주 골자로 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일부 개정안을 공동 발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신학용 의원은 지난 7일 신규 상호출자 규제 범위를 외국 법인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포함한 공정거래법 제9조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전했다.

반면 새누리당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기존 순환 출자를 해소 과정에서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과 기업 활동에 부담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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