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여당發 '증권거래세 인하' 현실성 있나?…전문가 "실효성 없어 vs 세계적 트렌드"

기재부 "사전 논의 없이 갑자기 나온 얘기" 신중한 입장

새누리당 정책위원회를 중심으로 현행 0.3% 수준인 증권거래세를 일정 부분 낮춰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실제 인하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9일 국회와 정부측에 따르면 새누리당 정책위 의장인 김정훈 의원은 지난 7일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참석한 세법 개정안 당정협의에서 증권거래세 인하 문제를 처음으로 언급했다.

김 의원은 "요새 이자율이 많이 떨어지고 금리도 떨어지고 있는데 증권거래세 0.3%는 고금리일 때의 수준"이라며 "증권거래세를 낮춰서 거래를 활성화시키고 파이를 키워 세수를 증대시키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말했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주식시장에서는 NH투자증권(5.05%)·유안타증권(4.61%)·유진투자증(4.55%)·SK증권(4.07%)등 증권주가 일제히 급등하면서 증권거래세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실제 증권거래세 인하로 이어질지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일단 신중한 입장이다. 증권거래세를 인하하면 당장 세수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지난달 기획재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보고한 '일반회계 세입세출예산총괄'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증권거래세를 3조890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여당과 사전에 얘기된 게 아니고 현장에서 갑자기 김 의원이 다른 얘기하면서 제기한 것"이라면서 "나중에 필요하다면 검토를 해봐야 겠지만 당장 검토할 내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의원도 당정협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은 거래가 활발하게 되고 있기 때문에 증권거래세 인하는 거래가 침체됐을 때 고려를 했으면 좋겠다는 게 기재부의 답변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다만 "그래도 거래를 늘리기 위해 코스닥 만이라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요구해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증권거래세 인하는 시장 참여자들의 비용을 줄여준다는 점에서 '즉시 대책'으로 평가된다. 투자자들에게 직접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관심과 논쟁도 뜨거워질 전망이다. 하반기 주식시장을 둘러싼 핵심 이슈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통상 투자자가 부담하는 주식거래 비용은 크게 증권사 위탁수수료, 유관기관수수료, 증권거래세로 구성돼 있다.

증권사 위탁수수료율은 0.08~0.09%, 유관기관 수수료는 0.0038%, 증권거래세는 0.3% 수준이다.

증권거래세 인하를 주장하는 쪽에선 거래세가 낮아지면 증권거래를 하는 투자자의 부담이 줄어들어 거래량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운다.

하지만 세수입 감소는 확실한 반면 시장활성화 정도를 가늠하기 어려렵다는 점 때문에 기재부 입장에선 부담스럽다.

또 중국(0.1%), 홍콩(0.1%+5달러), 싱가포르(0.2%) 등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양도소득세가 부과되지 않는 점이 기재부가 내세우는 논리다.

사실 증권거래세 인하 문제는 지난해에도 뜨거운 논쟁거리였다. 금융위원회가 주식시장 활성화 대책으로 증권거래세 인하 카드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당시엔 증시가 침체 돼 있어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졌지만 지금은 증시가 활황인 상황이어서 다소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어 표를 의식한 발언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여당 정책위의장 자리가 청와대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자리인 만큼 청와대와 조율이 끝난 상태에서 내놓은 발언일 것이란 시선도 있다. 어느때보다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견해가 엇갈린다.

증권거래세 인하를 반대하는 쪽에선 최근 주식시장이 활황인 현 시점에서 굳이 증권거래세를 낮춰야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또 증권거래세가 시장에 일정 부분 긍정적인 영향은 미칠 수 있겠지만 세수 부족을 감내할만한 실효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세재정연구원 이상엽 세법연구센터장은 "한국 주식 시장은 지난 몇 년 침체됐다가 현재 거래가 늘어난 상황"이라며 "증권거래세를 인하하기 위해서는 시장 거래가 활발하지 않거나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나야 할 텐데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또 "증권거래세가 아무리 낮춰도 실물 경제와 시장 상황에 대한 불안 심리가 있으면 거래가 늘어난다고 보기 힘들다"며 "세수에 미칠 영향과 비교할 때 거래세 인하가 시장에 미칠 영향은 일부분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거래세 인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쪽에선 주식 양도소득세는 확대하고, 증권 거래세는 축소하는 것이 세계적인 흐름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주식 매매 과정에 양도 소득세가 부과되며 시장이 받을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을 거래세 인하로 상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자본시장연구원 황세운 실장은 "사실상 거래 비용인 증권거래세를 점차 줄여가는 게 국제적인 조세 트렌드"라며 "앞으로 양도소득세 적용이 점차 확대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시장 위축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점차 거래세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 실장은 "현재 증권 거래세 수준이 낮다고는 볼 수 없다"면서 "단계적으로 3분의 1씩, 10년 이런 방식으로 거래세를 줄여나가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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