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노환으로 별세한 이매방(88) 옹은 한국 무용계의 새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 받는다. '신들린 듯한' 춤을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한 그는 '한국무용의 교과서'로 불렸다.
생전 유일하게 '승무'(제27호) '살풀이춤'(제97호) 등 중요무형문화재 2개 분야를 보유하고 있는 인간문화재였다. 1987년과 승무, 1990년 살풀이춤 보유자로 지정됐다.
불교적인 색채가 강한 독무(獨舞)인 승무는 한국무용 특유의 '정중동(靜中動)'의 정서가 잘 표현돼 있는 무용으로 평가됐는데 이매방의 품위를 놓치 않으면서 격렬한 동작은 이를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액(厄)을 푼다(제거한다)는 뜻을 가진 민속무용인 살풀이춤은 애절함이 특징으로 '이매방 류'의 살풀이는 '혼이 담겨있는 춤'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구한말 이래에 변질되는 않은 전통춤을 이어오고 있다는 평을 받기도 했는데 어릴 때부터 한국무용의 기본기를 탄탄히 다진 덕분이다.
1927년 전남 목포에서 태어난 고인은 옆집에 살던 목포 권번(기생조합)의 권번장 함국향의 권유로 7세에 권번학교에 들어가 춤을 배우기 시작했다.
6년간 권번 기생들 틈에 끼여 전통 춤의 기본을 익힌 그는 광주 권번의 박영구·이창조로부터 승무와 북놀이 등 전통무용을 본격적으로 익혔다.
한국무용가로는 이례적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15세 때 판소리 명창 임방울의 공연에서 승무를 춘 것을 계기로 대중에게 알려져 전국에서 춤판을 벌이며 실력을 쌓았으며 1960년대 인기를 끈 3고무, 5고무, 7고무 등을 창안했다.
한국무용을 80년대부터 세계에 알린 장본인이기도 하다. '우봉 이매방춤보존회'를 통해 미국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 한국 춤을 전파했다. 1998년 프랑스 아비뇽페스티벌에서 초청 공연했으며 그 해 프랑스 예술문화훈장을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