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가 오는 8일(한국시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토트넘 핫스퍼의 경기를 시작으로 약 10개월 간의 열전에 돌입한다.
EPL에 대한 국내 축구팬들의 관심은 높다. 한국 축구의 전설 박지성(34·은퇴)의 공이 크다. 박지성은 지난 2005년 한국에는 불모지와 같았던 프리미어리그 무대에 처음으로 진출, 세계적인 선수들 사이에서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
10년이 지난 지금, 박지성은 없다. 그러나 EPL의 '한국인 명맥'은 끊어지지 않았다. 박지성이 개척한 길을 후배들이 착실히 따랐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캡틴' 기성용(26·스완지 시티)이 선두에 있다.
지난 2012년 잉글랜드 무대에 데뷔한 기성용은 2014~2015시즌 빼어난 활약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무릎 부상으로 시즌을 끝까지 치르지는 못했지만 정규리그 33경기에 출전해 주전으로서 입지를 확고히 했다.
발 끝도 매서웠다. 중앙 미드필더인 기성용의 주된 임무는 공수 연결이었지만 기회가 주어지면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해 8골을 뽑아냈다.
두 자릿수 득점에는 실패했지만 아시아 선수 EPL 최다골 기록을 갈아 치웠다. 잉글랜드 무대 개척자인 박지성(5골)의 최다골 기록을 훌쩍 넘어섰다.
특히 '거함' 맨유와의 경기에서는 홈과 원정에서 모두 득점포를 가동해 '맨유 킬러'라는 별명도 얻었다.
기성용의 활약에 힘입어 스완지 시티는 팀 역대 최다 승점인 56점을 획득해 리그 9위(16승8무14패)에 올랐다.
올 시즌에도 기성용은 스완지 시티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프리시즌 경기부터 꾸준히 경기에 출전해 예열을 완료했다.
스완지 시티의 첫 상대는 지난 시즌 우승컵을 들어올린 첼시다. 스완지 시티는 오는 9일 런던의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첼시와 맞붙는다.
힘겨운 상대이지만 기성용의 자신감은 높다. 기성용은 지난 시즌 맨유와의 개막전에서 골을 터뜨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기성용은 지난 4일 스완지 시티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는 지난 시즌 완벽한 출발을 했다. 어려운 경기가 되겠지만 이번에도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희망적으로 본다"고 했다.
'블루드래곤' 이청용(27·크리스털 팰리스)도 부활의 날개짓을 준비 중이다.
이청용은 기성용보다 빠른 지난 2009년 볼턴 원더러스로 이적하며 잉글랜드 무대를 밟았다. 2009~2010, 2010~2011시즌 맹활약을 펼치며 볼턴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박지성을 이을 EPL 차세대 주자로 꼽혔다.
그러나 지난 2011~2012시즌을 준비하던 중 상대 태클에 다리가 부러지는 큰 부상을 당했다. 시즌이 끝날 무렵에야 팀에 복귀했지만 그 해 볼턴은 암담한 경기력으로 EPL 18위를 기록, 챔피언십(2부 리그)으로 강등됐다.
이청용이 EPL로 돌아온 것은 3년여가 지난 뒤였다. 지난 2월 크리스털 팰리스로 이적한 이청용은 4월 2014~2015 EPL 헐시티와의 경기에 출전해 복귀전을 치렀다.
시즌 종료까지 모두 3경기에 출전했지만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아직 제대로 부활의 신호탄을 쏘지는 못했다는 이야기다. 새 시즌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높아지는 이유다.
소속팀인 크리스털 팰리스는 지난 시즌 15승9무16패(승점 48)로 리그 10위에 올랐다. 한때 강등권에 머물렀지만 올 1월 앨런 파듀 감독을 사령탑에 임명하며 팀이 새롭게 거듭났다.
이청용은 아직 크리스털 팰리스의 확고한 주전 자리를 꿰차지 못했다. 꾸준한 출전을 위해서는 시즌 초반 파듀 감독의 눈 도장을 받아야 한다.
전망은 나쁘지 않다. 지난달 25일 파듀 감독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슈퍼스포츠 유나이티드와의 프리시즌 경기가 끝난 뒤 이청용을 경기 최우수선수로 꼽기도 했다.
빠른 발을 이용한 돌파 능력과 감각적인 패스를 겸비한 이청용이 자신의 진가를 발휘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청용의 복귀로 기성용과의 '코리안 더비'도 성사될 전망이다.
두 선수는 K리그 FC서울에서 2009년까지 함께 뛴 절친한 동료이자 친구다. 하지만 기성용이 EPL로 진출한 2012~2013시즌에는 이청용의 볼턴이 챔피언십으로 강등돼 맞대결이 성사되지 않았다.
스완지 시티와 크리스털 팰리스는 오는 12월28일 첫 대결을 벌인다.
퀸즈 파크 레인저스(QPR)의 윤석영(25)은 올 시즌 EPL이 아닌 챔피언십에서 활약할 예정이다.
QPR은 지난 시즌 EPL에서 8승6무24패(승점 30)의 초라한 성적표로 20위 머물러 강등됐다.
잉글랜드 무대 진출 3년차를 맞아 윤석영이 어떤 활약을 보일지도 주목된다.
출발은 좋지 않다. 윤석영은 현재 무릎 부상으로 인해 재활에 매진하고 있다. 오는 8일 치러지는 찰턴 애슬레틱과의 개막전에는 출전이 불투명하다.
한편, 지난 시즌 챔피언십에서 활약했던 김보경(26)은 지난 5월 위건 애슬레틱과 계약이 종료된 뒤 차기 행선지를 찾는 데 실패했다.
지난달 챔피언십 블랙번 로버스와 계약에 근접했지만 취업비자가 발급되지 않아 입단이 무산됐다.
영국 '랭커셔 텔레그래프'는 "잉글랜드축구협회(FA)가 외국인 선수들의 숫자를 줄이기 위해 새로운 규정을 도입했다"며 "이로 인해 비EU 출신 선수들이 취업비자를 받는 일이 전에 비해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기존에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70위 내 국가의 선수가 전년도 A매치의 75%에 나섰으면 취업비자 발급 조건에 부합했다. 그러나 새로운 규정에서는 랭킹 70위가 랭킹 50위로 상향 조정됐다.
한국은 지난달을 기준으로 FIFA 랭킹 52위에 올라 있다. FIFA 랭킹 50위권에 진입하지 못한다면 당분간 한국 선수들의 잉글랜드 진출 전망은 어둡다.
해당 규정은 현재 잉글랜드 무대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당장 윤석영은 오는 2016년 여름 계약이 만료된다. 기성용과 이청용의 계약기간은 2018년 6월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