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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안컵]중국전이 K리거들에게 던진 메시지

'공한증'이 계속된 지난 2일 중국전은 K리거들의 힘을 보여준 무대였다.

중국통인 김영권(25·광저우 에버그란데)과 김주영(27·상하이 상강), 장현수(24·광저우 부리) 등이 수비 라인을 두껍게 쌓았다면 K리그 대표 공격수들은 수비진을 헤집으며 '이번만큼을'을 외치던 중국 팬들을 침묵으로 몰아넣었다.

첫 번째 골을 만들어 낸 2014년 신인왕 김승대(24·포항)는 K리그가 자랑하는 '라인 브레이커'다. 수비 라인을 파괴시킨다는 의미의 별명을 손에 쥔 김승대는 전반 45분 절묘한 위치 선정으로 선제골을 터뜨렸다.

이 골은 조금은 답답한 경기를 펼치던 슈틸리케호의 활기를 불어넣었다. 이날 A매치 데뷔전을 치른 김승대의 데뷔골이기도 했다.

두 번째 골을 터뜨린 '광양 루니' 이종호(23·전남)는 리그에서 손에 꼽히는 공격수다. 이종호는 올 시즌 18경기에 나서 6골2도움으로 전남 드래곤즈의 고공비행을 이끌고 있다. 강철 체력과 저돌적인 돌파가 장점인 그는 후반 12분 특유의 집념으로 중국의 골망을 흔들었다.

두 선수의 골에 모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이재성(23·전북)과 대표팀 데뷔전을 치른 권창훈(21·수원), 왕성한 활동력으로 왼쪽 측면을 지배한 홍철(25·수원) 역시 K리그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태극마크를 쟁취한 케이스다. 심지어 슈틸리케호의 황태자로 거듭난 이정협(24·상주)은 K리그 챌린지 소속이다.

사실 지난 수년 간 K리거들은 대표팀 선발 과정에서 유럽파에 밀리는 경향을 보였다. 일부 지도자들의 해외파에 대한 맹신 때문이었다.

물론 해외파 선수들의 실력이 더 나을 수는 있다. 실제로 손흥민(23·레버쿠젠), 기성용(26·스완지 시티) 등이 쌓은 경험과 기량을 현재 K리그 선수들로 대신하기는 쉽지 않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주전 자리를 꿰찬 선수들의 출전 및 기용도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

문제는 경기에 제대로 나서지 못하는 해외파 선수들이 절정의 K리거들을 밀어낸 경우가 왕왕 있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물 오른 기량을 선보이던 선수라도 해외에서 뛰는 선수에게 자리를 내주기 일쑤였다. 감독의 성향에 따라 기준은 다르겠지만 이 같은 현상이 K리거들의 의욕을 떨어뜨린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울리 슈틸리케(61·독일) 감독은 유럽파 차출이 불가능한 이번 동아시안컵을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았다. 여느 감독들보다 K리그 현장을 많이 누비고 있는 그는 축적한 정보를 바탕으로 엔트리를 채웠다. 그리고 슈틸리케가 뽑은 어린 선수 위주의 대표팀은 최정예로 우승을 노리던 중국을 꺾었다.

중국전에서 보여준 K리거들의 활약은 다른 K리거들에게도 '나도 대표팀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K리그에서의 호성적만으로도 기회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다.

중국전이 끝난 뒤 슈틸리케 감독의 한 마디는 이같은 분위기에 방점을 찍었다.

승리에 대한 기쁨과 선수들의 칭찬을 늘어놓던 슈틸리케 감독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국에서 이 경기를 지켜본 K리그 선수들에게 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보이면 언제든지 대표팀에 들어올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줬다는 것"이라고 중국전이 남긴 의미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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