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시장이 중국의 경기 둔화 소식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최대 고객'인 중국이 기침을 하면 원자재 시장은 된서리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중국의 7월 차이신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는 전월 대비 1.1포인트 하락한 48.2를 기록했다. 이는 15개월래 최저치다.
PMI는 50을 기준으로 그 이상은 경기 확장을, 이하는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
중국 제조업 PMI가 3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시장 전망치인 49.7을 하회하자 중국발 위기가 대두됐다. 정부의 대대적인 부양책 속에 나온 결과이기에 충격은 더 컸다.
PMI 악재에 중국 증시도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3일 6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유지하던 상하이종합지수는 PMI가 발표된 24일 하락세로 돌아섰다.
27일에는 8.48%가 급락해 2007년 2월27일(8.84%) 이후 8년 5개월 만에 하루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날개 없는 추락세를 보이던 증시는 29일 무려 3.44%나 반등하며 투자자들을 패닉 상태로 몰아넣었다. 전문가들조차 중국 증시의 향방을 가늠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원자재 수입국이다. 중국 경기가 위축되면 원자재 시장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불길한 징조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원자재 가격의 국제적 기준 역할을 하는 CRB 지수는 28일 기준 204.39다. 이는 전기말 대비 10% 하락한 것이다.
국제유가(-19.3%·WTI유 기준), 금(-6.4%), 구리(-8.4%), 알루미늄(-2.3%), 니켈(-4.2%), 옥수수(-6.9%), 소맥(-16.9%), 납(-2.7%), 아연(-1.7%) 등 대부분의 원자재 가격이 전기말에 비해 큰폭으로 내려앉았다.
유진투자증권 이상재 연구원은 "2015년 세계경제는 선진국보다 중국을 주도로 주요 아시아권이 이끌고 있다"며 "이런 와중에 중국과 주요 개도국들이 경제 침체에 빠지자 원자재시장은 수요 위축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아직 중국경제의 회복이나 침체 심화 여부는 불확실하다"며 "단 하반기 국제원자재가격의 향방은 여전히 중국경제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대신경제연구소 서지영 연구원은 "공급 과잉으로 인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원자재 거품이 빠지는 모습을 보였다"며 "하지만 올해 상반기에도 공급이 수요를 앞서는 현상이 극명하게 드러나며 시장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고 밝혔다.
서 연구원은 "원자재 가격이 상승할만한 재료가 전무한 가운데 중국 경기까지 주춤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현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중국 수요 감소에 의한 원자재 가격 하락은 원자재 수출국들의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전 세계가 이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있는 이유다.
올해 상반기 호주의 원자재 수출은 전년 대비 11% 줄어든 1280억 달러를 기록했다. 주요 시장 이었던 중국이 성장률 정체로 원자재 수입을 줄인 영향이 가장 컸다.
뉴질랜드 달러 상품통화(commodity currency)는 최근 10~15% 가까이 떨어졌다. 최근 6년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밖에도 브라질, 러시아, 콜롬비아 등 원자재 수출이 경제에서 많은 비중을 높은 국가들은 지난 한주 간 석유, 구리, 철분과 같은 상품들의 물가 폭락으로 경제에 직격탄을 맞았다.
국제금융센터 강영숙 연구원은 "중국 증시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원자재 수출에 의존하는 신흥국들의 금융시장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영증권 천원창 연구원은 "남미나 호주 같은 경우 중국으로의 원자재 수출량이 줄면 국가 경제가 통째로 흔들린다"며 "조만간 본격적으로 시작될 중국 정부 차원의 '신실크로드 정책'이 어느 정도 규모로 진행되느냐에 따라 원자재 시장에서의 새로운 수요량이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