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미쓰비시(三菱) 머티리얼이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에 강제 연행되어 강제 노역에 동원된 중국인 피해자들에게 일괄적으로 사과와 배상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일본 지지통신이 24일 보도했다.
미쓰비시측은 '역사적 책임'을 인정해 사과의 뜻을 밝히고, 기금을 마련해 중국인 피해자 1인당 10만 위안(200만 엔, 1880만 원)을 지불할 방침이다. 중국인 피해자에 대해 일본 기업측이 사죄와 배상을 하는 것은 처음이다.
일본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인 총 3765명이 홋카이도(北海道), 아키타(秋田)현, 규슈(九州) 등지에 위치한 미쓰비시 소속 12개 광산에서 강제노역에 동원됐다. 이들 중 722명이 강제노역으로 사망했다.
1인당 배상 금액 등 화해 조건에 대한 대강의 요점은 정해졌지만, 중국인 피해자들 사이에서의 의견이 갈리고 있어 최종적으로 화해에 도달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부분이 있다고 지지통신은 전했다.
중국인 피해자 일부는 미쓰비시측의 화해 시도에 대해 "성의가 없다"며 비판했으며, 소송을 중지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측과 합의에 도달할 경우, 베이징에서 조인식을 갖고 일본에 위령 기념비도 건립될 예정이다.
지난해 강제연행 문제로 중국 각지에서는 일본 기업과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소송 제기가 잇따랐다. 중국측의 강제 연행을 둘러싸고는 예전부터 일본에서 다수의 소송이 발생했지만, 대법원은 2007년 중국이 전쟁 배상의 청구를 포기한 1972년 '일·중 공동성명'에 의해 "개인의 청구권도 포기됐다"며 배상 청구를 인정하지 않았었다. 즉 강제노동 피해자들이 일본에서 구제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미쓰비시 머티리얼의 이러한 사죄 움직임에 대해 일본 정부는 "청구권 문제는 이미 끝났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교도통신은 24일 보도했다.
앞서 미쓰비시 머티리얼은 19일(현지시간) 2차대전 중 포로가 돼 강제 노역에 동원된 미국인들에게 사과했다. 미쓰비시 머티리얼 중역진들은 이날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미국인 전쟁 포로였던 제임스 머피(94)에게 직접 사과를 했다.
일본 정부는 2009년과 2010년에 미군 포로에 대해 사과를 한 바 있으나, 포로들을 강제노역을 시킨 일본 기업이 사과를 한 것은 이것이 처음이다.
또한 AP에 따르면 미쓰비시측은 22일 영국, 네덜란드, 호주 등의 전쟁 포로들에게도 사과 의사를 밝혔다. 미쓰비시 사외이사인 오카모토 유키오(岡本行夫)는 22일 외신 기자들과 만나 “기회가 된다면 우리는 (다른 국가의 피해자들에게도)같은 사과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사히 신문 보도에 따르면, 전쟁배상 문제가 종료됐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일본 정부와 달리, 미쓰비시가 사과와 배상에 나선 것은 역사 문제가 해외 비즈니스의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쓰비시 머티리얼은 한국인 징용 피해자에 대해서는 "법적인 상황이 다르다"며 언급을 피하고 있다. 1910년 한국을 강제 병합해 식민지로 만들었고, 당시 조선인도 법적으로는 일본 국민으로 다른 일본인과 마찬가지로 징용됐다는 것이 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