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 매각가를 두고 채권금융기관운영위원회의 의견이 크게 갈리고 있다.
운영위 소속 일부 채권단은 매각가로 1조원을 주장하고 있고 다른 쪽은 주당 3만1000원, 즉 6500억원에 매각하면 괜찮다고 맞서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운영위는 산업은행과 미래에셋의 입장차로 채권단 회의를 잠정 중단하는 대신 당분간 매각가격에 대한 검토를 추가 진행하기로 했다.
운영위는 채권단 지분 57.6%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6개 기관이다.
지분은 ▲미래에셋 14.7% ▲산은 7.6% ▲농협 7.0% ▲KDB대우증권 6.7% ▲국민은행 2.7% ▲우리은행 1.4% 등 6개 기관이다. 나머지 10%의 비율을 가진 50개 채권단은 매각작업을 운영위에 위임했다.
우선 이번 매각작업은 미래에셋이 주도할 것으로 보였다.
홍기택 산은 회장도 "미래에셋이 지분이 가장 많기 때문에 주도적으로 (가격협상을)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래에셋은 충분한 프리미엄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금호산업의 경우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까지 가진 만큼 충분한 매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 미래에셋의 경우 주식지분율인 8% 수준이며 취득가는 6만1000만원 수준이다. 손해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미래에셋은 금호산업 실사가격에 경영 프리미엄 100%를 더해 1조원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구체적인 가격은 밝힐 수 없지만 채권단의 이견이 있다"며 "미래에셋의 입장은 투자자들을 위해 최대한 성공적인 매각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일부 채권단은 현재 주가가 1만8400원인 만큼 3만1000원이면 이미 프리미엄이 포함된 값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금호산업 매각이 지연될 경우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가뜩이나 은행의 실적이 좋지 않은 시기에 털어야 할 충당금이 더해질 경우 충격을 입는다는 것이다.
또 우선협상권을 가진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우선협상권을 행사하지 못할 경우 매각 작업은 다시 처음부터 진행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인수자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채권단이 보는 것과 외부에서 보는 시각은 다르다"며 "예비입찰, 본입찰을 통해 인수를 희망한 곳은 한 곳에 불과했고 가격도 낮았다"고 말했다.
이어 "매각가를 높였는데 박 회장이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매각작업은 다시 표류하게 된다"며 "최대한 비싸게 팔되 박 회장이 인수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제시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위원회 내의 이견으로 금호산업 매각 작업은 당분간 중단됐다.
업계 관계자는 "1조원은 너무 비싸고 5000억원은 너무 싸다는 것을 서로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이견이 크지만 성공적으로 매각하려는 입장은 모두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