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 회장은 16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이 헤지펀드의 공격을 받아 합병에 실패한다면 향후 국내 대기업들은 회사 성장, 고용, 투자 등은 외면하고 오너의 지배력 강화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 경제가 재벌 주도형으로 성장해 왔지만 대기업들이 국가 경쟁력 강화에 일조하겠다는 생각을 가진 덕에 지분율에는 크게 집착하지 않았다"며 "과도기에 있는 우리 대기업들이 해외 헤지펀드의 공격에 위기를 맞게 됐다면 일단 그것을 방어할 수 있게 도움을 줘야 한다"고 전했다.
황 회장은 지난 8일 '자본시장 신뢰 제고를 위한 금융투자업계 자율결의 대회'에 참석한 자리에서도 "삼성물산 주가가 낮은 것을 방치했다는 섭섭함 때문에 합병을 무산시키는 것은 옳지 않아 보인다"며 합병 찬성을 지지한 바 있다.
이번 엘리엇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주주친화정책을 확대해야 한다는 조언도 했다.
황 회장은 "이번 사태를 통해 대기업들은 부당하게 경영권을 승계하려 한다거나 지배주주의 이익만을 위한 행동을 했을 때 외국인이나 소액주주들로부터 큰 불만을 살 수 있다는 메시지를 받았을 것"이라며 "메시지에 담겨 있는 교훈을 잘 되새기며 앞으로 대기업들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배당정책이나 주주친화적인 프로그램들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주주친화정책이 자본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황 회장은 "애플의 12개월 예상 주가순자산비율(PBR)이 5.2배인데 반해 국내 대기업인 삼성전자는 1~1.2배, 삼성물산은 0.7배, POSCO와 현대차는 0.4배 수준에 불과하다"며 "주가가 장부가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 다는 건 주주들의 불만이 그만큼 크다는 얘긴데 주주친화정책을 통해 낮은 PBR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차등의결권제도에 대해서도 뜻을 밝혔다.
황 회장은 "앞으로 주주의 경영권 보호라는 문제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공론의 장을 통해 차등의결권 제도 등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금융투자업계의 수장인 황 회장은 자산운용업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황 회장은 "자산운용업은 2030년까지 연 10% 가량의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산업이 될 것"이라며 "현재 추세라면 자산운용업계가 운용하는 연금과 펀드규모는 2030년 4300조원에 이를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 "자본시장의 자금이 개인보다는 기관 중심으로 바뀌고 에쿼티 컬쳐(equity culture) 형성, 해외투자 활성화 등의 변화를 통해 금융투자산업이 금융산업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