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커지는 그리스 내부반발…개혁입법 '험로'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위기를 가까스로 피한 그리스 앞에 새로운 장애물이 펼쳐졌다. 

유로존 정상회의가 열렸던 벨기에 브뤼셀에서 17시간의 힘든 싸움을 마치고 아테네 사무실로 돌아온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13일(현지시각) 3차 구제금융협상안에 부정적인 시리자와 연정파트너를 설득해야 하는 힘겨운 싸움에 직면했다. 

유로존 채권단과 그리스가 3차구제금융협상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그리스 의회가 15일까지 부가가치세 증가와 연금 개혁 등의 내용이 담긴 경제개혁 입법 작업을 마쳐야 한다.

하지만 그리스 국내여론은 만만찮다. 

전체 300석 중 76석을 차지한 제1야당 신민주당(ND)이 경제개혁 입법을 지지하고 있지만 치프라스 총리 자신이 속한 시리자(급진좌파연합·149석)와 연정내 소수당인 독립그리스인당(ANEL·13석)을 설득하는 것이 문제다. 

치프라스 총리는 지난 11일 의회 표결 당시 30% 규모의 부채탕감을 받아내겠다며 초긴축안을 선택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그가 부채탕감은 커녕 500억 유로(약 62조5000억원) 규모의 국유자산을 매각해야 하는 한층 더 강화된 긴축안에 서명을 하고 돌아오면서 내부반발이 불거지고 있다. 

시리자 소속인 디미트리오스 파파디물리스 유럽의회 부의장은 "독일은 그리스와 그리스 국민을 굴욕당하게 했다"고 비난했고, 같은 당 소속 디미트리 세바차키스 의원도 "독일 등이 제안한 것은 징벌적인 일종의 복수"라고 강조했다.

이미 시리자 내 강경파인 '좌파연대'(Left Platform) 소속 의원 17명은 11일 표결에서 이미 지지를 거부했다.

시리자의 연정파트너인 독립그리스인당(ANEL)도 13일 그리스와 유로존 국가들의 구제금융 협상 합의안을 지지할 수 없다며 이 합의안은 독일이 주도한 '쿠데타'라고 비판했다.

독립그리스인당을 이끄는 파노스 카메노스 국방장관은 이날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와 만난 후 "이 나라 총리는 독일과 여타 국가들이 벌인 쿠데타에 직면해 있다"며 "합의안은 많은 새로운 문제점을 드러냈고 우리는 이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독립그리스당은 연정 내 소수당으로 13석에 불과하지만 전체 300석 중 149석을 차지하고 있는 시리자의 중요한 정치 파트너다. 

이런 가운데 그리스의 정계개편 가능성도 제기된다. 구제금융협상안을 둘러싼 연정 내의 분열로 과반의석을 유지하기 힘들어진 치프라스가 조기 총선을 통해 거국내각을 구성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스 국민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는 반(反) 독일 정서도 의회의 입법 과정에서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13일 사회관계망(SNS) '트위터'에서는 '이것은 쿠데타'(ThisIsACoup)라는 해시태그(#)가 인기를 끌었다. 심지어 유럽연합의 깃발과 나치 깃발을 합성한 이미지들도 제작돼 SNS를 타고 퍼져나갔다.

유로존 국가들의 의회 승인 절차도 남았다.

그리스에 대해 부정적인 독일·핀란드·슬로바키아를 비롯해 프랑스·오스트리아·에스토니아·라트비아 등은 자국 의회의 승인을 거쳐야 그리스에 대한 지원을 결정할 수 있다. 

이중 독일과 핀란드 의회는 그리스 구제금융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독일은 17일 의회를 소집,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게 협상 개시 권한을 부여할 지의 여부를 결정한다.

한편 유럽중앙은행(ECB)은 그리스 의회에서 구제금융 관련 입법이 이뤄질 때까지 긴급유동성지원(ELA) 한도를 계속 동결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그리스 은행들의 영업중단이 잠정적으로 16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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