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STX프랑스 인수를 잠정 중단했다"고 25일 밝혔다.
정 사장은 이날 서울 중구 다동 본사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미래를 생각한다면 크루즈 분야도 대우조선이 가야할 분야인 것은 분명하지만 지금은 시점 상으로 이르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STX프랑스는 흑자를 내고 있고 2020년까지 물량도 확보한 상당히 괜찮은 회사다. 개인적으로 세계에서 크루즈선을 가장 잘 짓는 회사라고 본다"면서도 "올해 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STX프랑스를 인수한다는 것 자체가 정부와 금융계, 언론계에 상당히 부정적으로 비춰지고 있다. 노조도 반대하고 있어 일단은 잠정적으로 덮어놓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대우조선과 STX조선해양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STX조선 자회사인 크루조 전문 조선소 STX프랑스의 지분 66%에 대한 인수제안서를 대우조선에 보냈었다.
대우조선도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상당한 손실이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과 달리 해양플랜트 저가 수주로 인한 손실을 실적에 반영하지 않았다. 손실 반영 방법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정 사장은 "대우조선도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상당한 손실을 보고 있었다는 것이 사징 취임 후 실사 과정에서 파악됐다"며 "실사결과가 나오면 회계원칙에 따라 다 처리할 것이다. (손실을) 조정해서 털어낼지 아니면 한 번에 털어낼지는 원칙 문제이기 때문에 제가 말할 내용이 아니다"고 했다.
정 사장은 해양플랜트 비중 축소와 선박 비중 확대를 시사했다. 해양플랜트는 기본설계 등 '업스트림' 분야 기술 확보에, 선박은 대형 컨테이너선, LNG선 등 첨단 선종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그는 "현재 짓고 있는 것은 해양 55%, 선박 35%, 특수선 10%인데 해양 비중은 줄어야 한다. 오버 케파(생산능력 초과)로 생산성 저하 등 부정적인 영향이 있다"며 "해양 40%, 선박 50%, 특수선 10%로 맞추면 회사가 가장 이상적인 상태로 갈 수 있다"고 했다.
정 사장은 같은 대주주를 둔 STX조선, 성동조선 등과 합병 가능성은 부인했다. 자재 공동구매 등 대우조선의 재무구조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협력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그는 "중견조선소는 중국과 선종이 겹치고 원가구조가 높아 독자생존이 어렵다. 원자재 공동 구매 등 각 회사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부문을 찾고 있다"면서도 "합병, 위탁경영 등 대우조선의 추가적인 재무부담이나 손실을 야기하면서 돕는 것은 상장회사이고 노조도 있어 어렵다"고 했다.
정 사장은 구조조정과 경영 방향도 제시했다. 풍력 등 비조선해양 부문은 철수하고 망갈리아조선소, 중국 블록공장, 디섹 등 조선해양 부문만 남기겠다는 것이다. 인력 구조조정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대신 양적 팽창이 아닌 수익률 위주 내실 경영에 나선다.
그는 "조선해양을 주축으로 하는 업체로 가야한다. 대우조선 옥포에 도움이 되는 계열사는 적극 지원해 살리고 없는 곳은 일단 철수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며 "풍력은 저희한테 기여하는 바가 없다. 아직 액션(행동)에 들어간 것은 없지만 좋은 원매자가 나오면 매각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대우조선은 15년 전 워크아웃 때 1차 구조조정을 했다. (현대중공업 등과 달리) 부장급, 전문위원급 등 인력이 상당히 부족한 상황이다"며 "계층별 불균형으로 인한 구조조정 필요성이 크지 않고 오히려 구조조정으로 인한 직원 신뢰 저하 등 부작용이 더 크다"고 했다.
향후 이뤄질 대우조선 주인 찾기 작업에 대한 입장도 내놨다.
정 사장은 "산업은행이 대주주고 공적자금이 투입된 회사다. 언젠가는 대주주가 매각을 할 텐데 덩치가 너무 크면 부담스럽다"며 "적정 덩치를 유지하되 내부 수익성을 극대화해 회사 가치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경영을 하겠다. 수익성이 안 나고 외형을 키우는 경영은 지양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