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인 권성우 숙명여자대학교 한국어문학부 교수가 신경숙 작가의 표절 파문에 대한 문학동네 편집위원인 신형철·권희철 문학평론가의 입장표명에 대해 "사후약방문 격 발표"라며 비판했다.
권 평론가는 21일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신경숙 표절 파문에 대한 단상:신형철과 권희철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제목의 글에서 "당신들의 의견에 마음이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며 "신경숙을 옹호하는 의견이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더 많았다면, 문인들의 비판과 문제제기가 지금처럼 거세지 않았다면 당신들이 이렇게라도 의견 표명이나 했을까 하는 의문을 거둘 수 없다"고 썼다.
신형철·권희철 평론가는 19일 한 일간지에 신경숙 작가의 표절 논란에 대해 각각 "같은 걸 다르다고 말할 수 없다" "의식적 표절이 아니더라도 해당 대목이 상당히 유사한 것은 분명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하지만 두 평론가의 입장에 대해 네티즌은 물론 문학계 인사들 또한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다. 신경숙 작가의 책을 가장 많이 펴낸 출판사인 문학동네의 편집위원으로서 이번 사건을 책임지려는 태도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결국 신경숙을 감싸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받고 있다.
신형철 평론가는 "신경숙 작가의 뛰어난 작품들마저 부정할 수는 없으며 그 작품들에 제출한 상찬을 철회할 이유는 없다"고 했다.
권성우 평론가는 이 부분도 지적했다. 권 평론가는 이번 논란은 "창비 못지않게 문학동네의 책임이 크다"며 문학동네 지면을 통해 이뤄진 신경숙에 대한 평가는 "지나친 확대해석, 문학적 애정 이상의 과도한 의미부여, 영혼 없는 주례사 비평에 가깝다"고 말했다.
문학동네는 '외딴방'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리진' 등 신경숙 작가의 대표작을 내놓은 출판사다.
권 평론가는 "문학동네야말로 신경숙 신화화에 가장 많은 책임을 져야 할 문예지다. 표절도 문제이지만 이렇게 작가를 무비판적으로 신성시하는 문화가 이번 사태를 키운 더 중대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한국문학에 새로운 희망이 생성되기 위해서는 표절 파문에 대한 의례적인 의견 표명에서 더 나아가, 무엇보다 '문학동네' 지면의 혁신이 필요하다"며 "부디 양심적이고 열정적인 비평가, 문학을 사랑하면서도 비판적 자의식을 지닌 젊은 비평가들에게 자주 청탁해 이제는 누구나 쓰고 싶어 하는 '문학동네' 지면을 자사 출판 작품에 대한 홍보 일변도의 장에서 변화시켜 주기 바란다"고 했다.
이번 표절 논란은 이응준 소설가가 한 매체에 기고한 '우상의 어둠, 문학의 타락'이라는 글에서 촉발됐다. 이응준 소설가는 신경숙 작가의 1994년작 '전설'(창비)이 일본 근대 문학의 거장이자 탐미주의의 작가인 미시마 유키오의 단편 '우국'의 일부분을 표절했다고 지적했다.
신 작가의 또 다른 소설인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는 독일 작가 루이제 린저의 소설 '생의 한가운데'의 일부를 표절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신 작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창비에 보낸 메일에서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을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