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채권거래를 하면서 100억원대의 손실을 끼친 외국계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들과 국내 증권사 임직원들이 검찰에 적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검사 박찬호)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위반 (업무상 배임) 혐의로 맥쿼리투자신탁운용사 전 채권운용본부장 A씨를 구속 기소하고 펀드매니저 1명과 국내 증권사 6개 임직원 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6일 밝혔다.
펀드매니저와 증권사 임직원들은 위탁자인 기관투자자 몰래 채권파킹 거래를 하던 중 기관투자자가 맡긴 자금으로 증권사가 입은 손실을 보전해 약 113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13년 채권 가격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증권사에 손실이 생기자 펀드매니저들이 보유하고 있던 채권을 증권사에 시장가격보다 싼 가격으로 팔거나 비싼 가격으로 사오는 등 비정상적인 거래로 기관투자자에게 손실을 끼쳤다.
앞서 검찰은 맥쿼리운용과 국내 증권사들이 결탁해 채권파킹 거래를 한 혐의를 포착하고 지난 4월 서울 여의도 소재 7개 증권사 본점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에 착수했다.
채권파킹 거래는 채권을 매수한 기관이 장부(book)에 곧바로 기록하지 않고 잠시 증권사 등 다른 중개인에 맡긴 뒤 일정 시간이 지나면 결제하는 불건전 영업행위다. 금리 하락기에는 기관과 중개인이 모두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반면 금리가 상승하면 손실이 커질 수 있다.
검찰은 이와 함께 채권거래를 하는 펀드매니저와 증권사 직원 간 유착관계를 포착해 수사한 결과, 수년간 불법으로 여행경비를 받아 공짜여행을 한 은행, 보험, 증권, 자산운용사 등 103명의 펀드매니저와 비용을 제공해온 증권사 임직원 45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중 1000만원 이상을 받은 박모(45)씨 등 펀드매니저 10명과 김모(43)씨 등 증권사 임직원 10명은 특경법상 수재 및 증재 혐의로 기소하고 나머지 99명은 금융감독원에 통보했다.
검찰 조사 결과 모 증권사 채권중개팀은 30여명이 참석하는 제주도 1박2일 채권 세미나를 개최하는 것처럼 가장해 회사로부터 3000만원을 받은 후 자신들과 채권거래 관계가 있는 소수의 펀드매니저들에게 고액의 여행경비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펀드매니저들은 3년 동안 총 17회에 걸쳐 6300만원 상당의 해외여행 경비를 받거나 한번에 1000만원이 넘는 인도네시아 가족여행 비용을 제공받는 등 수천만원을 수수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또 펀드매니저와 증권사 임직원들이 유흥업소 여종업원들을 동반해 일본 여행을 다녀온 사례도 적발됐다.
검찰 관계자는 "폐쇄적으로 운영되던 장외 채권시장의 불법 채권거래와 검은 공생관계 등 구조적 비리를 적발한 첫 사례"라며 "채권시장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금융감독원과 각 금융회사에 이번 수사결과를 전해 채권시장을 비롯한 주식시장 등 펀드매니저들의 관행적인 비리에 대한 업계의 자정을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 채권시장 규모는 세계 5위권으로 채권을 통한 자금조달 금액은 210조원에 달하며, 채권상장 잔액도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을 상회하는 1500조원 이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