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삼성 이긴다, 엘리엇 이긴다"…증권가, 표 대결 '논쟁'

캐스팅보트 '국민연금' 선택 두고 전문가들 분석 엇갈려

내달 17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여부를 결정할 주주총회를 앞두고 삼성그룹과 엘리엇 매니지먼트 간 표대결 전망에 증권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슈 초반에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무산 가능성을 낮게 보는 견해가 대다수였지만, 엘리엇의 파상 공세와 합병 비율에 불만이 큰 외국계 주주들의 분위기를 감안해 무산가능성을 무게를 두는 전문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특히 표 대결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국민연금이 어느쪽 손을 들어줄 지를 놓고 견해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우선 한화투자증권은 국내 증권사 중 가장 강하게 합병 무산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표 대결 시 삼성그룹에 우호적인 지분이 부족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한화투자증권 김철범 리서치센터장은 "삼성 측이 확보한 우호지분이 19.8%에 불과한 반면 엘리엇은 보유지분 7.1%에다 우호적일 수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지분이 26.7%에 이른다"며 "표 대결과 해외 소송이라는 엘리엇의 전략에서 삼성 측이 다소 불리할 가능성이 높아 합병이 무산될 공산이 크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10.2%의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도 삼성 편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는 주장을 폈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 전문회사 ISS의 의견이 국민연금 투자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ISS가 엘리엇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 센터장은 "일반적으로 외국계 기관이나 연기금은 ISS의 의견에 따라 투자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며 "그런데 ISS가 과거의 여러사례에서 엘리엇의 의견을 지지한 점을 참고하면 ISS는 삼성 측보다 엘리엇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한국투자증권도 표 대결로 갔을 때 삼성 측의 경영권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윤태호 연구원은 "엘리엇의 반대 의사 표시 이후 해외 주요 투자자(자산운용사, 연기금 등)는 합병 반대 가능성을 언급하며 엘리엇의 손을 들어주는 상황"이라며 "엘리엇에 우호적 지분이 추가로 나타난다면 삼성물산의 경영권 확보와 주주총회 통과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여전히 합병 무산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유진투자증권 한병화 연구원은 "합병 무산 시 발생할 주가 하락을 감내하고 합병 반대를 찬성할 투자자가 현실적으로 많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 연구원은 특히 국민연금이 반대를 하거나 기권할 확률은 높지 않은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합병이 무산되면 국민연금이 약 1조원 규모로 보유 중인 제일모직 주식 가치도 하락한다"며 "국민의 재산을 위탁관리하는 국민연금이 해외 헤지펀드 의견에 동조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호지분을 포함한 삼성그룹의 지분 22%와 국민연금 10.1%, 국내 기관 7.7% 등 약 40%는 이번 합병에 찬성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엘리엇을 포함한 해외 펀드 전체 지분율인 34%보다 높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교보증권 백광제 연구원도 "지분 10.2%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수익률 극대화라는 목적 달성을 위해 합병에 반대하기 어렵고 국내 기관 투자자들도 이에 동조할 것"이라며 삼성그룹이 표 대결에서 유리할 것으로 전망했다. 

KDB대우증권 서윤석 연구원은 "삼성의 손을 들어주든 엘리엇의 손을 들어주든 여론이 안 좋아지는 건 마찬가지일 것"이라면서도 "외국인인 엘리엇의 손을 들어주게 되는 쪽이 오히려 비난 여론이 더 강할 수 있어 삼성 쪽에 손을 내밀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 양기인 리서치센터장도 "엘리엇이 이의를 제기한 것 자체가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합병 무산 가능성을 속단하기는 어렵다"면서 "삼성이 합리적인 수준에서 대응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삼성물산 주식을 보유한 일부 투자신탁운용사는 공개적으로 합병 찬성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신영자산운용 허남권 부사장은 "양사의 합병이 고 주가순자산비율(PBR)로 가는데 좋은 모멘텀이 될 수 있다"며 "합병안에 찬성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신영자산운용은 삼성물산 지분 약 0.5%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민연금 측의 입장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일단 주주총회가 다음달 17일에 잡혀 있어 시간적 여유가 있다"며 "아직 결정을 내리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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