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의 반란으로 안갯속에 빠진 하림의 팬오션 인수가 오늘 결정된다.
하림그룹(회장 김홍국)의 팬오션 인수가 12일 중대 고비를 맞는다. 주식 감자는 불가피하다는 하림과 더 이상 주주들이 희생할 수는 없다는 소액주주들의 표 대결로 하림이 그린 '한국판 카길'의 향배에 귀추가 모아지고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파산4부는 관계인 집회를 열고 변경회생계획안에 대한 채권단과 주주의 찬반의사를 묻는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하림은 팬오션의 채권자 및 주주 등 관계인 집회에서 '회생계획안'이 승인되지 않으면 팬오션 인수를 포기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림은 팬오션 재무제표 실사 등을 거쳐 인수를 하려면 1.5대 1의 감자가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렸고 채권단과 주주들이 반발하자 법원이 1.25대 1의 중재안을 냈다. 팬오션은 이를 반영해 변경회생계획안을 내놨다.
특히 문제가 되는 부분은 주식 감자안이다. 법원은 주주들의 피해를 감안해 주주의 권리감축률을 20%로 조정하도록 중재했지만, 소액주주들은 감자 취소를 요구했다. 더불어 현금 변제율도 100%로 올리라는 것이 소액주주들의 주장이었다.
소액주주들은 대신 유상증자를 통해 팬오션을 인수할 신주의 주당 발행가액을 2500원에서 3100원으로 올리면 된다는 안을 제시했지만, 하림이 지난 8일 팬오션 인수금액 1조79억5000만원을 전액 납입 완료함으로써 양측이 접점을 찾을 기회는 사라졌다.
만약 팬오션 주주들이 변경회생안을 부결시키고 법원이 소액주주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변경회생계획의 수정을 요구하거나 인가를 하지 않을 경우 팬오션의 공개매각이 무산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하림은 소액주주들이 요구하는 주주권리 감축(감자) 백지화나 감축비율 완화에 대한 별도의 의견이 없으며 파산법원에 의해 변경회생계획안이 거부될 경우 이를 받아들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팬오션은 회생채무 1조1000억원, 선박금융원리금 1조9000억원 등 3조원의 부채를 안고 있다. 2023년까지 상환해야 하는데 이는 연평균 3300억원 이상 소요되는 규모다.
업계 관계자는 "곡물분야에 대량의 수요기반을 갖고 있는 하림그룹이 팬오션 인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시너지와 곡물유통사업을 통해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림은 축산업에 필요한 옥수수, 대두박 등 사료 원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곡물을 실어 나르는 벌크선 인프라를 갖춘 팬오션을 인수하면 운송비용을 절감하고, 유통망을 안정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림 관계자는 "한국은 세계 6∼7위 수준의 곡물 수입국이지만 곡물 조달의 전 과정을 국제 곡물 대형사들에 의존하기 때문에 국내 기업의 곡물유통사업진출이 꼭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