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반대를 위한 주식 위임 결의에 동참하는 삼성물산 소액주주들의 증가세가 다소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전날 KCC가 삼성물산과 이 회사 자사주 전량을 매입하는 빅딜을 함으로써 삼성 측 우호지분이 상당히 늘어난 데 따른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11일 오전 9시 현재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에 반대해 개설된 네이버 카페 '삼성물산 소액주주 연대'의 회원수는 1900명을 넘어섰다. 전날 오전 1400명에서 500여명이 더 늘어났다.
현재 이들 소액주주가 합병 반대를 위해 위임을 결의한 주식은 총 75만1730주다. 이는 삼성물산 전체 주식수 대비 0.47%에 해당한다.
회원수는 크게 늘어난 반면 위임 결의를 하는 주식수의 증가세는 전일 비해 상당히 더딘 흐름이다.
9일부터 10일 오전까지 약 50만주에 달하는 위임 결의 주식이 모였지만, 이후부터 현재까지 추가된 주식은 그의 절반인 25만주에 그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삼성물산이 전날 오후 늦게 낸 공시 이후부터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삼성물산은 이사회에서 자사주 전량 899만557주(5.76%)를 6742억9177만5000원에 KCC 측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10일 오후 6시께 공시했다.
KCC가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의 느닷없는 공격으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차질을 빚자 삼성의 백기사로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기하급수로 늘던 소액주주들의 의결권 위임 결의는 이 때부터 주춤하기 시작했다.
이는 KCC 측의 등장으로 삼성 측 우호지분이 20%에 육박하며 합병 저지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삼성 측 우호지분은 삼성그룹 특수관계인 지분 13.99%와 기존 보유한 0.23%에 8일 장내매수한 0.2%, 전날 매입한 삼성물산 자사주 5.76%를 포함한 KCC 측 5.99% 등 모두 19.98%다.
반면 합병 반대 측은 엘리엇 매니지먼트 7.12%, 네덜란드 연기금 0.35%, 반대에 힘을 싣고 있는 일성신약 2.05%, 소액주주 0.47%까지 총 9.99%다. 현재까지는 삼성 측 우호지분에 비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아직 엘리엇을 제외한 외국인 지분 26%와 국민연금 9.92%의 찬반 향방을 점칠 수 없지만, 현 시점에서 두 세력 간 지분 차이가 확연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이날 엘리엇 측이 전날 삼성물산 측 자사주 처분에 대해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고 11일 다시 삼성물산 자사주의 KCC 매각 방침에 소송을 낸 만큼 이들 소액주주의 움직임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도 장담할 순 없다.
한편 현재까지 삼성물산 소액주주 연대 측에서는 향후 어떤 방식으로 반대표를 행사할 것인지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