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어쏘시에츠(Elliott Associates)의 제일모직· 삼성물산 합병에 대한 반대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금융투자업계의 의견이 분분하다.
다음달 주총까지의 남은 시간으로나 외국인 주주 설득 가능성 등을 볼 때 합병 무산이 쉽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가운데, 엘리엇 펀드가 반대 명분으로 삼고 있는 삼성물산의 주주가치 제고도 합병 무산시 오히려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엘리엇 펀드는 지난 4일 삼성물산의 지분 7.12%를 경영 참가 목적으로 취득했다고 공시한 데 이어 5일에는 보유 계열사 지분의 현물 배당을 요청하고 나섰다.
업계에서는 엘리엇 펀드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반대 의견을 내보이고 있어 7월17일 열릴 주총이 난항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 펀드가 지분을 추가 매수해 지분율이 10%를 넘어서면 회사 해산청구와 정리개시 청구 권한을 갖는 주주가 되고, 다른 주주와 연대해 우호 지분을 33.3% 이상 확보하면 합병을 무산할 수 있는 의결권까지 보유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지분율 차이와 추가 취득 가능 기간 등을 고려하면 합병 무산까지 이르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이 우위를 차지한다.
삼성그룹이 우군 확보에 본격적으로 나설 가능성과 지분 취득 시점을 볼 때 합병 무산을 위한 엘리엇 펀드의 운신 폭이 작다는 것이 이들의 분석이다.
한국투자증권 윤태호 연구원은 "엘리엇 펀드가 주주 동의를 구할 수 있지만 삼성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 합병 무산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삼성은 배당 정책과 기업 가치 개선안, 지주 개편 뒤의 청사진 등을 제시하며 경영권 방어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나대투증권 오진원 연구원은 "엘리엇 펀드가 세력을 규합할 수 있는 시간은 약 1달에 불과하다"며 "합병 이사회 결의 공시 전에 취득한 엘리엇 지분은 4.95%에 불과해 주식 매수 청구권 비용을 과다하게 청구하는 방식의 합병 무산 시도도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엘리엇 펀드가 충분한 우군을 포섭해 합병을 무산시키게 되면 삼성물산 주주 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규모 현물 배당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삼성그룹이 삼성물산과의 합병 이외의 방법을 선택해 오히려 주주 가치가 떨어지면 엘리엇 펀드가 주장하는 논리와 상충한다는 것이다.
현대증권 전용기 연구원은 "합병 무산은 삼성물산 주주에게 오히려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어 합병 주총은 통과 가능성이 더 크다"며 "엘리엇 펀드가 삼성물산 주식을 대량 매수한 뒤 공개 매수하는 방식으로 합병을 부결시켜 손실이 발생한다면 배임의 소지도 있어 실제 실행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