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의 상승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하에 대차거래를 했던 투자자들의 손실이 날로 커지고 있다.
대차거래는 주식을 빌려 매도한 후 보통 1년 이내에 주식을 다시 매입해 갚는 거래를 말한다. 매도 후 가격이 떨어지면 다시 이를 매수해 차익을 얻지만 반대로 매도 후 가격이 오르면 손실이 불가피해진다.
요즘 대차거래자들이 좌불안석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연초부터 시작된 지수 상승이 쉽게 꺾이지 않고 있는 데다, 당분간 이런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어 손실 규모가 더욱 불어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종가 기준 대차잔고는 1991조7581억만주, 잔고 금액으로는 55조4601억3700만원이다.
이는 올해 첫 거래일 1634조5230억9200만주, 42조6171억9300만원에 비해 21.9%, 30.1%나 증가한 것이다.
대차잔고의 증가는 하락장을 예측하는 투자자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코스피 2100포인트와 코스닥 700포인트가 돌파된 뒤, 지속적인 상승 국면이 계속되며 하락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진 이후로는 대차잔고가 더욱 가파르게 증가했다.
하지만 당초 이들의 예상과는 달리 지수의 상승세는 쉽게 꺾이지 않고 있는 상태다.
올해 첫 거래일 기준 1926.44포인트였던 코스피 지수는 4월 중순께 2100선을 돌파하더니 이후로는 2200선 돌파까지 노리며 연일 강세장을 이어갔다.
같은 기간 코스닥의 경우에도 553.73포인트에서 시작된 지수가 4월 말께 700선을 돌파한 뒤로는 여전히 700선을 지키고 있다.
문제는 전문가들이 올 하반기까지 이 같은 지수 상승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는 점이다.
SK증권은 최근 리포트를 통해 하반기 국내 증시의 강세장 의견을 유지하며 코스피 고점을 2350포인트로 제시했다.
LIG투자증권 오태동 연구원도 “국내 주식시장이 추가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며, 코스피를 기준으로 2300포인트선 정도를 고점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많은 증권사가 하반기에도 기업들의 실적 호조세로 지수가 더 오를 것이란 분석을 속속 내놓고 있다.
다만 올 들어 지수가 절정에 달했던 4월부터는 일일 대차잔고 증감률의 편차가 점차 줄어들며 대차거래가 다소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4월 중 증감률 최저(-0.78%)와 최고(1.20%)의 편차는 1.91% 포인트였던 것이, 5월 들어 최저(-0.72%)와 최고(0.96%)의 편차는 1.68% 포인트로 0.23% 포인트 줄어들었다.
이는 지수의 추가적인 상승 가능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부담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전문가는 “투자자별로 대차거래를 한 시점은 다르겠지만, 잔고가 늘고 있다는 것은 지수 하방에 대한 압박이 강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증시에는 좋지 않은 요인”이라며 “차익 실현이나 손절을 위한 대량의 숏커버링(환매수)이 발생하면 추가적으로 지수가 상승하게 돼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