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되어 약진하는 이유가 계속되는 엔저 현상 때문만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장기간에 걸친 체질개선과 연구개발, 품질개선, 지속적인 신제품 출시를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국무역협회는 27일 일본 주간동양경제 자료를 토대로 일본 기업의 실적개선 이유를 분석한 '일본 주요기업의 경쟁력 강화 사례' 보고서를 내고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도쿄증권거래소의 주요 상장기업 530개사의 2014년 영업이익이 30조4000억 엔(약 300조원)을 기록했다. 리먼 쇼크 전인 2007년보다 약 4000억 엔(약 3조6000억원)이나 증가한 것이다.
실제로 최근 일본기업들은 엔저로 인한 수익 확대로 연일 최고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다.
엔저의 최대 수혜기업으로 손꼽히는 토요타자동차는 2014년 환차익만으로 9000억 엔(약 8조1000억원)의 추가이익을 내며 역대 최고인 2조7505억 엔(약 24조3000억원)의 영입이익을 달성했다.
반면 최근 일본기업들의 실적개선 요인에 엔저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리먼 쇼크 이후의 세계경제 악화와 장기간의 엔고 현상을 겪으며 체질을 개선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보고서는 일본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되고 경쟁력이 강화된 요인으로 ▲철저한 소비자 중심 영업 ▲지속적인 연구개발 ▲획기적인 마케팅을 통한 수요창출을 꼽았다.
토요타는 과거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던 2007년 대비 2014년 평균 환율은 오히려 달러는 5엔, 유로화는 20엔 이상인 '엔고 상황'을 맞았다. 지난해 인건비도 2000억 엔(약 1조8000억원)이나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2007년보다 5000억 엔(약 4조5000억원) 늘었다. 설계변경과 생산설비 효율화를 추진해 원가를 절감했기 때문이다.
스바루(SUBARU) 브랜드로 2000년대 미국시장에 진출한 후지중공업은 중가격대 주력 차종인 레거시(Legacy)를 '실내 공간이 좁다'는 현지 소비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대형화했다.
강점을 보유한 SUV차량도 수요가 많은 산간지역을 중심으로 영업점을 재편하는 등 철저한 고객중심 영업을 폈다. 덕분에 스바루는 미국에서 7년 연속 판매대수가 증가한 유일한 자동차 회사로 성장했다.
히트상품 '제타 스트림'(Zet Stream·제타기류)을 제조하는 미쓰비시연필도 소비자 중심 전략을 폈다. '가장 부드러운 볼펜'이라는 기술력은 물론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제품을 미리 파악해 시장 변화에 대응했다.
볼펜과 샤프펜슬을 결합한 사무용 다기능펜, 본체 굵기를 얇게 만든 여성용 'F 시리즈', 비즈니스에 사용하는 5만원 상당의 고급 볼펜 '프라임 시리즈' 등을 내놓으며 수요를 창출해 일본에서만 연간 1억 개라는 판매 기록을 세웠다.
의료기기 전문업체 '마니'는 기술력 향상을 끊임없이 추구했다. 매년 두 차례 '세계 제일인가 아닌가'라는 재미난 제목의 회의를 열어 기술력이 떨어지는 제품은 철저히 폐기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제품만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안과용 나이프는 올해 안에 세계 최대기업인 스위스의 알콘사(社)를 제치고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전략을 펴 34%라는 높은 매출액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유아용품 전문기업 피죤(Pigeon)은 획기적인 마케팅으로 경쟁력을 강화한 사례다. 모유수유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중국에서 중국정부와 공동으로 1854개 병원에서 '모유수유 교육활동'을 펴고 있다. 엄마들의 신뢰도가 높아져 중국 유아용품점 전체의 20%인 2972개 점포에서 독립 코너를 운영할 만큼 성장했다.
김은영 무협 도쿄지부장은 "일본 기업들은 기나긴 엔고와 경기침체 속에서도 꾸준한 생산효율화와 연구개발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 왔다"면서 "최근 한국기업들도 원화강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기술력 향상과 시장의 요구에 부응하는 신속한 대처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