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뮤지컬 리뷰] 웰메이드 블랙코미디…'유린 타운'

수준 높은 풍자·유머·배우 앙상블·음악이 어우러진 수작

'물 부족'에 시달리는 가상 마을을 다룬 뮤지컬 '유린 타운(Urine Town)'이 제대로 수맥을 짚었다. 스타 배우와 물량 공세로 점철된 대형 뮤지컬 틈바구니에서 새 물길을 냈다. 젠 체하지 않는 이야기로 통찰을 발휘하고, 20여 명 배우의 티격태격 앙상블은 코믹함에 품격을 얹었다. 

10년 만에 재공연하는 고전적인 라이선스 뮤지컬임에도 최근 공연하는 어느 작품보다도 신선하다. 

'유린타운'은 우리말로 표현하면 '오줌 마을'. '유료 화장실 사용권'을 둘러싸고 이익을 취하려는 독점 기업 '쾌변 주식회사'와 가난한 군중들이 대립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블랙 코미디로 이보다 '현실 밀착형' 뮤지컬은 없다. "또 (화장실 사용) 요금을 올리냐"는 극 중 서민들의 한숨, 쾌변주식회사 사장인 콜드웰 B 클로드웰로 대변되는 독점 기업의 위선은 낯설지 않다. 

꿈을 노래하는 뮤지컬의 주된 특성은 아랑곳하지 않고 충격적인 반전이 거듭되는 2막은 B급 유머로 보기에 고급스럽고 풍자적이다. 느닷없는 인물의 변화와 예상치 못한 주인공의 추락(?)은 그로테스크함마저 안긴다. 

경찰 '록스탁' 역의 김대종·참견쟁이 '리틀 샐리' 역의 최서연이 극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와 해석자 역을 겸하는데, 예스런 '고전 보기' 맛이다. 이재은 연출은 정식 입봉작임에도 뮤지컬로 누릴 수 있는 유희란 유희를 다 아우른다. 

'투 머치 익스포지션' '팔로 유어 허트', 특히 배우들의 중창이 돋보이는 '런 프리덤 런' 등 넘버들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R&B는 물론 가스펠, 블루스, 모던 록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데 배우들의 성악 발성과 앙상블이 고급스럽다. 음악 수퍼바이저 김문정, 콘트라 베이스의 서영도 등 초연에 참가했던 뮤지션들의 지원도 든든하다.

백치미를 겸비한 지고 지순한 여인이나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투쟁을 선동하는 '호프 클로드웰'의 아이비는 역대 자신과 가장 어울리는 캐릭터를 맡았다. 반전의 키를 쥐고 있는 '페니 와이즈' 역의 최정원과 콜드웰 B 클로드웰 역의 성기윤은 중심축을 잡고, 김대종·최서연은 극의 리듬을 쥐락펴락한다. 초반에 어수룩하다 자신 안에 '뜨거운 가슴'을 발견하고 선동에 나서는 '바비 스트롱' 역의 김승대는 해맑다. 그냥 들어도 어려운 넘버들과 아기자기하지만 합이 무엇보다 중요한 안무를 능청스럽게 소화하는 다른 배우들도 호연한다. 

결국 '해피 엔딩'으로 끝날듯 하던 뮤지컬은 다시 반전을 보여준다. '호프'가 무지막지한 아버지 콜드웰의 뒤를 이어 쾌변주식회사를 맡지만 '희망'은 곧 사라진다. 혁명 끝에 찾은 자유를 어떻게 지켜나갈 것인가, 한번 더 고민케 한다. 당신은 자유와 방종의 차이를 아는가? 뮤지컬을 단지 즐기는 것만으로 생각하다가는 큰 코 다친다. 상반기 창작·라이선스 뮤지컬을 통틀어 최고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8월2일까지 서울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또 다른 바비 스트롱 정욱진. 프로듀서 박명성, 극본·작사 그레그 코티스, 작곡·작사 마크 홀맨, 음악감독 구민경, 안무 샘 비브리토, 조명디자인 민경수. 4만~10만원. 신시컴퍼니. 1544-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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