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조성 등 포스코그룹 비리 의혹의 핵심 당사자로 지목되는 전정도(56) 전 성진지오텍 회장 (현 세화엠피 회장)이 지난 20일부터 검찰 소환조사를 받으면서 전회장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이 사실로 드러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이번 전 회장에 대한 수사를 통해 정준양 전 포스코회장을 비롯한 MB정권 실세들과의 검은 커넥션에 대해서도 본격 실체가 밝혀질 가능성도 커 향후 검찰 수사가 주목된다.
◇전회장, 어떤 혐의 받고 있나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조상준)는 지난 20일 오후부터 전정도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 중이다.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전정도 회장은 지난 2013~2014년 세화엠피와 세화엠피 이란 현지법인 SIGK, 계열사 유영E&L 등을 통해 포스코플랜텍 이란 석유플랜트 공사대금 922억원을 보관하다 650억원 상당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중 540억원 이상이 국내에 들어온 정황을 포착하고 전정도 회장을 상대로 국내에 자금이 유입된 경로와 사용처를 추궁하고 있다.
또 검찰은 포스코가 과거 전정도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던 성진지오텍(현 포스코플랜텍)을 인수·합병(M&A)하는 과정에서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포스코는 2010년 전정도 회장의 지분을 업계 평가액보다 2배나 높은 1600억원에 사들여 논란이 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통화옵션 상품 '키코'에 투자하면서 2000억원에 가까운 대규모 적자를 기록, 한 때 부채비율이 9만7500%까지 치솟아 부도직전까지 내몰렸다.
당시 성진지오텍의 회계감사를 맡았던 안진회계법인이 '계속기업으로서 존속 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한다는 감사의견을 낼 정도였다.
◇전회장과 포스코 전 경영진과의 커넥션?
이때 포스코가 구세주처럼 등장했다. 포스코는 2010년 3월 성진지오텍 지분 40.37%(미래에셋펀드 794만5110주, 전정도 회장 440만주 등 총 1234만5110주)를 1593억원에 인수했다.
특히 포스코는 전 회장의 지분에 대해서만 직전 3개월(2009년 12월~2010년 2월) 평균 주가인 8271원에 100%에 가까운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 주당 1만6331원에 사들였다.
통상적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은 30% 수준인데, 전 회장에게만 100%에 가까운 프리미엄이 붙여져 논란을 키웠다.
더불어 당시 성진지오텍의 주채권 은행이었던 산업은행은 2010년 3월 포스코의 성진지오텍 인수 계약 6일전 전 회장에게 신주인수권(BW) 445만9200주를 조기 매각했다. 이는 포스코의 경영권 인수로 주가 상승이 전망되는 상황에서 BW를 조기 매각을 결정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됐다.
당시 산업은행이 전 회장에게 매각한 BW는 주당 9620원이었다. 이를 매각하지 않고 주식으로 전환했다면 산업은행은 115억원에 달하는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전 회장은 산업은행으로부터 사들인 BW를 비싸게 되팔아 235억원의 자본이득을 얻었다.
이후 전 회장은 산업은행에 BW 매수자를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유영금속으로 바꿔달라고 요구했다. 이를 산업은행이 받아들이면서 유영금속은 성진지오텍의 제3대 주주가 됐다.
더불어 포스코는 성진지오텍의 경영권을 인수한 뒤에도 전 회장에게 최고경영자 자리를 맡겼다.
전 회장은 성진지오텍 549만 8965주(17.99%)를 보유해 제2대 주주였다. 여기에 자신이 실소유한 유영금속 등 우호 지분을 모두 합칠 경우 지분율은 26.55%에 달했다. 덕분에 성진지오텍의 제1대 주주인 포스코(29.38%)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MB정부 실세들도 의혹의 중심에
이 때문에 M&A 시장에서는 포스코의 성진지오텍 인수 결정을 놓고 'MB정부의 실세가 개입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 아래 특혜 논란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전정도 회장과 정준양(67) 전 포스코 회장은 MB 정권의 실세였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과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특히 전정도 회장은 2008년 11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남미 순방길에 동행하는 기회를 누리기도 했다. 전 회장을 대신해 성진지오텍 신모 사장은 울산지역 중견기업인 대표 자격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사절단에 합류했다.
당시 경제사절단은 국내 주요 경제단체장, 금융계와 재계 등 30여명으로 구성됐는데, 지방 중견기업 중 유일하게 성진지오텍만 발탁됐다. 이 때부터 이미 성진지오텍은 MB정권과의 밀월 관계에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이 싹트기 시작한 셈이다.
검찰은 전 회장이 성진지오텍을 포스코에 고가로 팔아넘기는 과정에서 부당 이득을 챙겨 만든 비자금 일부가 정준양 전 회장 등 포스코그룹 윗선에 전달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각종 비자금 조성 의혹과 성진지오텍 부실 인수·합병 의혹 등을 풀 열쇠로 정준양 전 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재까지 검찰의 수사 진행 상황을 볼 때 정준양 전 회장도 소환 조사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