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었다.
글로벌 정보분석 기업 닐슨이 20일 공개한 1분기 세계 소비자 신뢰조사 결과, 한국의 소비자 신뢰지수는 세계 60개국 중 59위를 나타냈다.
이는 지난해 4분기(10~12월)와 같은 순위다. 러시아와의 분쟁으로 긴장감이 지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이다.
닐슨의 세계소비자 신뢰조사는 세계 각국의 경기전망, 지출의향 등을 파악하기 위해 2005년부터 매 분기 전세계 60개국 3만명 이상의 온라인 패널을 대상으로 실시돼왔다.
소비심리와 향후 경제 전망을 예측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100보다 높으면 경제상황에 대한 낙관론이, 낮으면 비관론이 우세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 소비자들의 1분기(1~3월) 소비자 신뢰지수는 지난해 4분기에 비해 2%p 하락한 46을 기록, 2분기 연속 전세계 60개국 중 59위를 나타냈다.
56%의 응답자는 한국인의 향후 1년간 일자리 전망이 나쁠 것으로 전망했다. 81%는 향후 1년간의 개인 재정 상황이 나쁘거나 좋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여유 자금 사용 용도를 묻는 질문에 '여유 자금이 없다'고 답한 응답자가 지난해 4분기의 15%에서 21%로 큰 폭으로 늘었다.
이를 반영하듯 '저축'(-5%p), '여행·휴가'(-3%), '의류 구매'(-7%), '빚 갚기'(-1%) 등에 관한 여유 자금 사용 의향이 모두 하락했다.
향후 6개월 간의 주요 관심사를 묻는 질문(복수응답)에 한국 응답자들은 '고용 안정성'(31%)을 1위로 꼽았다. 이는 전 분기에 비해 6%p 상승한 수치다. 고용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세계 소비자 신뢰지수는 지난해 4분기에 비해 1%p 상승한 97였다.
대륙별로는 지난 분기에 비해 2%p 하락한 남미(86)를 제외한 전 대륙의 소비자 신뢰지수가 전 분기에 비해 소폭 상승하거나 유지됐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이 전 분기에 비해 1%p 상승한 107을 기록했고, 북미 지역이 지난 분기와 같은 106을 기록하며 낙관세를 나타냈다.
중동·아프리카 지역이 1%p 상승한 96, 유럽은 1%p 오른 77을 각각 기록했다.
국가별로는 인도가 전 분기에 비해 1%p 상승한 130을 기록, 4분기 연속 전 세계에서 소비 심리가 가장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전 분기에 비해 1%p 상승한107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낙관세를 보였다.
최근 엔화 약세에 대한 수출 증가로 경기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일본은 전 분기에 비해 무려 9%p 상승, 82를 기록했다. 닐슨이 2005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최근 안정적인 경제 상황을 보이고 있는 독일은 2%p 오른 100을 기록하며 낙관세에 접어들었다.
60개국 중에서 가장 높은 상승폭을 보인 국가는 12%p 상승한 그리스(65)와 이탈리아(57)였다.
가장 큰 하락폭을 보인 국가는 러시아와의 분쟁으로 긴장감이 지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41, 11%p ↓)였다. 우크라이나는 60개국 중 가장 낮은 지수를 기록했다.
닐슨코리아 신은희 대표는 "한국은 지난 분기에 이어 60개국 중 59위를 기록하며 비관적인 소비 심리를 이어가고 있어, 내수 경기 회복에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