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이재용 부회장, 사실상 경영권 승계

삼성생명공익재단 및 삼성문화재단 이사장 선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 작업이 본격화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15일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으로 선임됐다. 삼성은 "와병중인 이건희 삼성 회장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것일 뿐"라며 "확대 해석은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았다는 점에서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작업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리 정서로는 부친이 와병중인 상황에서 공공연한 승계를 추진하는 것은 '결례'로 여겨질 수 있다. 그래서 상징성이 큰 타이틀을 물려받음으로써 조용한 승계를 모색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더욱이 이들 재단은 삼성의 지배구조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들 재단의 이사장은 이건희 삼성 회장이 맡고 있었다. 이건희 회장의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 임기는 이달 30일, 삼성문화재단 임기는 내년 8월27일까지다.

이 부회장은 2012년 6월부터 2013년 5월까지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이사에 올랐으나 지난해 5월 사임했다. 삼성문화재단은 2012년부터 이사로 재직했다. 

재단 관계자는 "특수 관계인 비중이 20%를 넘었기 때문에 물러났던 것"이라며 "이건희 회장이 이사에서 사임함에 따라 이 부회장이 이사장으로 오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재단 이사장은 이사회를 열고 의장으로서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자리다. 공익재단은 최대 10% 미만까지는 계열사 지분을 증여받을 때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계열사가 가진 자사주를 기부받거나 재단자산으로 계열을 매입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이 재단을 통해 그룹 지배력을 한층 더 강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무엇보다 이 부회장이 이사장을 맡게 된 삼성문화재단과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삼성생명의 지분을 각각 4.68%, 2.18%를 확보한 3대, 4대 주주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지분도 갖고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의 새로운 지배구조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삼성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거나 아니면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 그룹 지분 가치 총액 12조원의 50%인 6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상속세를 부담해야 한다. 

이 부회장은 삼성 SDS의 상장 등을 통해 3조6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나머지 부족한 상속세 재원은 지배구조가 흔들리지 않는 선에서 일부 주식을 팔거나 공익재단에 출연해 상속세를 면제받을 수도 있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삼성서울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유동자산은 9753억원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 자산 3278억원까지 더하면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은 1조3000억원이나 된다. 지난해 7월 삼성생명 지분 500만 주를 2650억원에 매각해 4145억원이던 유동자산이 두 배 넘게 늘어났다. 

삼성문화재단은 지난해 말 기준 유동자산은 640억원이지만, 삼성생명 936만 주(4.68%)와 제일모직 110만 주(0.81%), 삼성화재 145만 주(3.06%), 삼성SDI 40만 주(0.58%) 등으로 이들 지분의 시가는 1조6000억원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실적 감소에도 올 초 삼성생명공익재단에 600여억원, 삼성문화재단에 400여억원 등을 지원했다.

재계 관계자는 "재단 현금은 구체적으로 어디에 쓸지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재단이 가진 자금을 통해 후계 승계에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쓰지 않겠느냐"면서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진행되는 시기에 이사장으로 선임된 것을 보면 지배구조 개편과 무관하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은 객관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상속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편법적인 방법을 통해 상속을 모색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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