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국민은행의 고용 2題 "우리는 감원, 너희는 채용"

"3·3·7 박수 한번 쳐볼까요."

1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5 KB 굿잡 우수기업 취업박람회' 현장. 이날 내빈으로 참석한 탤런트 이승기씨 탓에 팬사인회를 방불케하는 비명이 터져나오자 장내는 금새 소란스러워졌다.

윤종규 KB국민은행장은 개회 인사말을 앞두고 말을 잇지 못하다 불현듯 '3·3·7 박수'를 제안했다. 하지만 윤 행장의 '부드러운 리더십'은 이날만큼은 효과를 보지 못했다. 좌중은 진정되지 않았고, 취업박람회는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막을 올렸다.

이날 열린 취업박람회는 국민은행이 거래기업과 취업희망자를 연결해주는 행사였다. 전날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한 국민은행이 이튿날 채용관련 행사를 연 것.

자신들은 감원하고 다른 회사에는 고용을 독려한 셈이다. 

윤 행장은 이날 장기근속자들이 많은 '항아리형' 인력구조가 조직의 활력을 약화시키고, 신규 채용을 늘리기 어렵게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발적으로 제2의 인생을 개척하고 싶은 분이 남으면 조직에 의욕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취지에 대해 말했다.

국민은행은 최근 10년 내 경영난과 인력 고령화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직원들로부터 2차례 퇴직 신청을 대규모로 받았다. 지난 2005년 초 약 2200명을 명예퇴직시켰고, 이어 2010년에도 3200여 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하지만 국민은행의 직원수는 2005년 12월말 기준 1만6986명에서 되려 늘어 2009년 12월말 2만5345명으로 정점을 찍었고, 가까스로 지난해말 2만1283명 수준까지 떨어졌다. 감원은 한계에 봉착한 상태다. 

더 큰 문제는 생산성.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은행의 직원 1인당 평균연봉은 8191만원으로, 1위인 신한은행(8399만원)에 이어 업계 2위 수준이다.

반면 생산성은 나쁘다. 순이익을 임직원 수로 나눈 '직원 1인당 생산성'은 4935만원으로, 신한은행(9860만원)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특히 국민은행은 심각한 인력 고령화에 시달리고 있다.

국민은행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16년으로, 남자직원의 근속연수가 21년11개월에 달한다. 신한은행 근속연수 13년10개월 대비 2년 이상 많고, 남직원 근속연수 16년3개월보다 5년 정도 길다. 업계 최고 수준. 장기 근속자가 많아 평균 연봉도 높다는 얘기다. 항아리형 인력 구조가 수익을 갉아먹고 있는 상황인 셈이다.

국민은행의 이 같은 고민은 올해도 지속되고 있다. 

윤 행장은 "올해 신규 채용을 늘리기 전부터 (희망퇴직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를 진행해왔다"며 "희망퇴직자가 생기면 일단 상당부분 숨통이 트여 여기서 여력을 갖고 신규채용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 초 국민은행은 경력단절여성 300명을 포함해 약 800명의 인력을 채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채용규모는 작년 500명보다 300명 늘어났다. 하지만 경단녀 채용이 올해 첫 시도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력 채용규모는 사실상 답보상태다.

결과적으로 국민은행의 대규모 희망퇴직은 가까스로 본궤도에 올라선 실적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이 속한 KB금융은 올해 1분기 605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업계 1위로 발돋움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68.4% 늘어난 수치다. 특히 국민은행의 당기순이익은 4762억 원으로 전년 1분기보다 95.1% 증가했다. 

다만 법인세 환급금 1803억원이 실적에 반영된 덕분으로, 1분기 실적 회복이 깜짝쇼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고개를 든다. 요즘같은 저금리 상황에서 은행권의 수익성은 쪼그라지고 있고, 여기에 희망퇴직에 따른 비용을 감당하게 되면 모처럼 위를 향했던 실적 그래프가 꺾일 수밖에 없을 전망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윤 행장은 이 같은 우려에 대해 "단기적으로는 부담이 있지만 직원들의 생산성이 높아지면 장기적으로는 실적 개선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희망퇴직을 통해 조직의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그의 결정이 묘수가 될지 악수가 될지는 아직까지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올해로 9번째 열리는 국민은행의 일자리정보제공 프로젝트 'KB 굿잡 우수기업 취업박람회'는 구직난을 겪고 있는 구직자들과 인력 부족으로 구인난을 겪는 우량 중견∙중소기업간 '만남의 장'을 마련한다는 취지에서 지난 2011년부터 개최돼왔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4년여간 취업박람회를 통해 구직자 3720명이 일자리를 얻는 성과를 내며 명실상부한 국내 대표 취업박람회로 자리매김했다.

올해도 취업박람회는 성황리에 열렸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이날 취업박람회에는 업체 추산 2만여 명이 몰렸고, 행사 이틀째 1만여 명이 추가로 몰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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