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가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생산 확대를 위해 3000억원을 들여 필리핀 현지 공장을 증설한다.
삼성전기는 오는 6월부터 다음해 12월까지 단계적으로 필리핀법인에 2880억 원을 투자해 필리핀 현지에서 MLCC 생산라인을 증설하기로 했다고 12일 밝혔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필리핀의 현지 공장 3곳이 노후화됨에 따라 추가 증설이 필요했다"면서 "필리핀에 MLCC 전문 공장이 집중돼 있기 때문에 이곳에 공장을 증설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결정은 당장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것이 어려워지자 기존 주력 제품인 MLCC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최근 세계 시장에서 고성능 스마트폰 증가로 MLCC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한몫을 했다.
삼성전기는 지난달 열린 올해 1분기 실적설명회에서 "MLCC는 전체적으로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어 당분간은 공급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기의 MLCC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흘려보내는 부품으로 스마트폰과 TV, PC 등 가전제품에 탑재된다. 스마트폰 1대 당 적게는 500개, 많게는 수천 개의 MLCC가 들어간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6등 고성능 스마트폰에는 MLCC 개수가 기존 제품보다 50% 이상 더 들어간다.
특히 삼성전기 전체 매출에서 MLCC가 차지하는 비중은 36%(지난해 기준)로 개별 제품군 중 가장 높다. 그동안 삼성전기가 스마트폰 사업 둔화로 실적이 부진할 때도 MLCC만큼은 일정 수준 이상의 판매를 이어가며 실적을 뒷받침했다.
삼성전기가 올해 1분기에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60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데도 MLCC 매출 증가가 기여했다.
삼성전기는 필리핀 공장 증설로 MLCC 매출을 더욱 늘릴 수 있게 됐다. MLCC 시장 수요에 적극 대응하는 한편 글로벌 MLCC 시장에서의 주도권도 더욱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삼성전기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고사양 MLCC 생산에 집중하면서 자동차와 산업장비 등에 사용되는 MLCC 등의 생산 증대도 검토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기가 2012년부터 전자가격표시기(ESL)와 전장 부품 등 신성장 동력 찾기에 나섰지만 좀처럼 수익이 가시화되지 않았다"면서 "기존 주력 제품군에 집중하려는 전략일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필리핀 법인의 공장 증설 계획은 이미 수립돼 있었으며 이번에 본격적으로 투자를 시작하는 것"이라며 "총 투자액 2880억원 중 2000억원 정도는 공장 건설에 소요되고 나머지는 운영자금 등 통상적인 의미의 투자"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