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츄럴엔도텍 백수오 제품에서 '가짜 백수오'인 이엽우피소 성분이 검출됐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발표에 유통업계와 식품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소비자원의 손을 들어준 식약처의 재조사 결과로 '가짜 백수오'를 둘러싼 소비자원과 내츄럴엔도텍 간의 진실공방은 사실상 일단락됐다. 하지만 관련 제품 회수와 소비자 피해 구제 등 후속조치가 남아 당분간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대형마트는 고객들이 요구할 경우 모두 환불해주기로 전격 결정했지만, 홈쇼핑업계과 일부 백화점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백화점 3사(롯데·현대·신세계백화점), 대형마트 3사(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홈쇼핑 6개사(GS·CJO·현대·롯데·NS·홈앤쇼핑)는 이날 오전 식약처 발표 이후 일제히 긴급 대책회의에 들어갔다.
이마트는 이날 오전 10시30분께 가장 먼저 공식 입장을 내놨다. 이마트 관계자는 "고객이 영수증이나 결제한 카드를 통해 이마트에서 구입했다는 것만 제시하면 구매일에 관계없이 환불해주기로 했다"며 "영수증이 없으면 신세계포인트 카드로도 백수오 관련 상품을 구입한 사실만 확인되면 환불해준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도 이날 오전 회의를 거쳐 구매일에 관계없이 환불해 주기로 결정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영수증이나 결제 카드를 통해 롯데마트에서 구입했다는 사실만 확인되면 환불해준다"고 말했다.
홈플러스의 경우 식약처 발표 전 선제적으로 대응해, 지난 27일부터 영수증 지참시 구매 날짜에 관계 없이 전액 환불해주고 있다.
백화점업계에서는 신세계백화점만 환불해주기로 결정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식약처 조사결과, 문제의 제품에 식품원료로 부적합한 이엽우피소가 혼입된 것으로 판명났기 때문에 구매일에 관계없이 환불해주기로 했다"며 "환불을 원하는 고객은 신세계백화점 영수증이나 결제한 카드를 지참한 뒤 환불을 요청하면 된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와 현대백화점은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구입 후 14일 이내에 영수증을 제시하면 환불해주는 원칙 규정만 적용된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제조업체와 전액 환불해주는 쪽으로 협의 중"이라며 "가능한 빨리 방안을 마련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식약처 발표 이후 환불과 관련한 문제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가짜 백수오 논란이 붉어진 후 가장 큰 타격을 받은 홈쇼핑업계는 전전긍긍하고 있다. 일부 홈쇼핑 업체들이 백수오 제품을 통해 수백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호황을 누린 만큼 역풍을 맞은 것이다.
어느 회사도 전면 환불 실시를 결정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이번 사태와 관계없이 구입 후 30일 이내 미개봉 제품에서만 환불 처리가 가능하다.
식약처가 해당 제품에 대해서는 회수·폐기하도록 할 예정이지만, 내츄럴엔도텍에 식약처의 회수 조치 관련 공문이 도달되지 않은 만큼 일단은 상황을 지켜봐야 된다는 게 중론이다.
건강기능식품업체와의 협의, 식약처 등 정부의 조치, 고객의 반응, 타사의 움직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면 환불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GS샵 관계자는 "정부 당국의 지침을 성실하게 이행하겠다는 게 기본적인 회사 생각이지만, 이번 사안의 경우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는 만큼 신중한 입장"이라며 "실무진들이 회의하고 또 보고하는 시간이 계속 길어지면서 오늘 내로 공식 입장을 발표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CJ오쇼핑 관계자는 "아직도 관련 부서에서 논의 중"이라며 "내부적으로 검토를 마친 뒤 조만간 결정을 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대홈쇼핑 관계자도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백수오 제품을 통해 상당수 매출을 올린 홈쇼핑업체의 경우 전면 환불을 쉽사리 결정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홈쇼핑업계에서 이번처럼 대규모 환불사태로 이어질만한 심각한 사건은 없었다"며 "원칙적으로 식약처가 내츄럴엔도텍에 '어느 시점부터 어느 시점에 판매됐던 문제의 제품을 전량 회수조치'하라는 식으로 행정명령을 내릴 뿐이고, 내츄럴엔도텍에 책임을 묻는 만큼 전면 환불을 실시할 지 여부는 각 유통업체의 자율적인 판단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백수오 제품을 통해 수백억원 매출을 올린 회사가 앞으로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 가장 큰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다"며 "전면 환불을 결정한 뒤 먼저 소비자들에게 돈을 내어주고 건강기능식품 제조업체부터 돈을 떼일 위험도 있으며, 경쟁사가 전면 환불을 결정했는데 자사만 그러지 못했을 경우에 차별받는 고객들의 항의, 회사 신뢰도 추락이라는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식품업계의 관계자는 "가정의 달 성수기를 앞두고 이번 일이 건강기능식품 업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까봐 우려하고 있다"며 "내츄럴엔도텍에 대해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인지라 다들 어디로 불똥이 튈지 몰라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편 이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내츄럴엔도텍의 원료에서 가짜 백수오인 이엽우피소 성분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는 소비자원의 조사 결과와도 일치하는 것이다.
식약처의 이번 발표로 백수오 원료 공급업체인 내츄럴엔도텍은 제조정지 2개월에 처해지는 한편, 소비자원의 고발로 진행 중인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추가 법적조치를 받을 수 있다.
식약처는 백수오 원료를 사용하는 전국 300개 식품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전수 조사를 시행 중이라며,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 섭취를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