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했다 손해를 본 투자자들에게 '증권 관련 집단소송'을 허가하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그동안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에 따라 일부 집단소송이 제기되긴 했지만 대법원에서 증권 관련 집단소송을 허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집단소송이란 다수의 피해자들 중 일부만 소송을 제기해도 나머지 피해자 전원이 구제받을 수 있는 제도다. 증권거래에서 발생한 집단적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이 지난 2004년 1월 제정됐지만, 소송 요건이 까다롭고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이유 등으로 실제 소송 건수가 10년 동안 8건에 그치는 등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20일 '한화스마트 ELS 10호'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본 양모(60)씨 등 2명이 로얄뱅크오브캐나다(RBC)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허가해달라"며 제기한 소송허가 소송 상고심에서 집단소송을 허가하지 않은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 ELS는 투자자에게 상환될 금액이 기초자산의 상환기준일 종가(증권 시장에서 그날의 마지막에 이뤄진 가격)에 따라 결정되는 구조"라며 "로얄뱅크가 기초자산의 주가를 인위적으로 하락시켜 상환조건 성취가 무산돼 투자자들이 손해를 입었다면 손해배상 청구 대상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금융투자상품의 경우 사회통념상 부정한 수단이나 기교 등을 통해 해당 금융투자상품에서 정한 권리의 행사나 조건 성취에 영향을 줬다면 이는 자본시장법 위반 행위에 해당한다"며 "이 같은 위반 행위로 인해 투자자가 손해를 입었다면 부정거래행위자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양씨 등은 지난 2008년 4월 포스코 보통주와 SK의 보통주를 기초자산으로 한 '한화스마트 ELS 제10호'에 투자했다.
해당 상품은 1년 후 만기가 왔을 때 포스코 보통주와 SK 보통주의 종가 모두 기준가격의 75% 이상으로 결정되면 22%의 수익을 거두도록 설계됐다.
한화증권은 이 상품을 발행하면서 상환금 지급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캐나다 최대 상업은행인 로얄뱅크오브캐나다와 동일한 구조의 파생상품을 매매하는 내용(백투백 헤지)의 스와프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만기 상환 기준일인 2009년 4월22일 당시 장이 마감되기 직전 SK 보통주 매물이 시장에 나오면서 주가가 급락, 이 상품은 만기 상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25.4%의 손실을 냈다.
결국 양씨 등은 원금의 74.6%에 해당하는 금액만 지급받게 됐고 "해당 상품의 만기상환금 위험을 인수한 로얄뱅크오브캐나다가 만기상환금 지급에 따른 손실을 회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SK 보통주를 대량 매도했다"며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1, 2심은 "양씨 등의 주장과 이들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손해배상청구나 소송요건에 해당함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양씨 등 투자자들은 로얄뱅크오브캐나다의 위반 행위 이전에 ELS를 매수해 보유한 자에 불과하므로 손해배상 청구권이 없다"며 집단소송을 허가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