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악재(惡材)에 치이는 유통업계 '어쩌나'

유통업계가 소비심리 둔화, 해외직구 확대, 노사갈등 등의 악재(惡材)에 신음하고 있다.

물가하락 속에 경기까지 침체되는 디플레이션 우려도 갈수록 커지면서 기업들의 '공포' 역시 증폭되고 있다.

할인점과 대기업슈퍼는 의무휴업으로 역성장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일부 대형업체가 가격인하 경쟁을 촉발하며 매출에 타격을 입었다.

불황이 없다는 백화점마저 침체된 소비심리와 해외직구 확대로, 좀처럼 매출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갈등은 유통기업들의 잠재된 위협요소다.

정부와 여야 정치권이 최저임금 인상을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월마트와 맥도날드, 이케아 등을 필두로 세계적 최저임금 인상 움직임이 일면서 국내 유통기업과 중소기업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정부의 금리인하도 유통업계에는 악재로 작용한다. 저금리로 인해 이자 부담은 줄었지만 가계부채 구조가 원리금 분할상환으로 바뀐 것이 문제다.

매달 상환해야 하는 금액이 집집마다 오히려 더 늘면서 내수부진은 더욱 악화되는 모양새다.

◇백화점·마트, 내수부진·출혈경쟁에 '비명'

12일 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는 할인 경쟁에도 불구하고 내수 침체가 계속 이어지는 상황인 만큼 앞으로도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백화점업계는 올해 역신장을 겨우 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홈쇼핑업계는 납품업자를 상대로 한 각종 불공정 행위로 인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받고,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특히 현대·롯데·NS 등 홈쇼핑 3사는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재승인 심사를 앞두고 있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무리 세일행사를 많이 해도 소비자들의 지갑이 열리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이 관계자는 "홈쇼핑업계의 경우 소비침체와 온라인몰의 강세로 구조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갑을관계 논란마저 불거지면서 많이 힘겨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기침체 대비하는 식품업계…해외진출·다각화

식품업계 역시 세월호 참사 이후 심화된 경기 불황의 여파가 올해도 이어지면서 울상을 짓고 있다. 다만 지난해 소비심리가 워낙 위축된 터라 올해는 지난해 2분기보다는 그나마 나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식품업체들은 사업 다각화를 통해 수익성을 강화하고 장기 침체에 들어선 국내 시장 보다는 해외 시장을 뚫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 식품 업계 관계자는 "경기 침체가 장기화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분유 업체가 커피 시장에 진출하고, 라면 제조사가 생수 시장에 뛰어드는 등 사업 다각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대기업의 경우는 중국이나 동남아 등 해외 시장 공략으로 눈을 돌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불황 직격탄 맞은 의류업계…전전긍긍

지난해 가구당 의류와 신발 지출이 처음으로 줄었다. 경기가 악화되면서 서민들이 가장 먼저 옷 사기를 중단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를 줄이기 가장 쉬운 분야가 의류와 신발"이라며 "정부가 저금리 정책 등 경기부양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제 소비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지는 의문"이라고 하소연했다.

이 관계자는 "공공요금 인상, 연말 정산 문제 등 서민들이 지갑을 더 닫을 수밖에 없는 악재가 계속 터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상대적으로 경기에 영향을 덜 받는 것으로 알려진 화장품업계 역시 특정 대기업과 브랜드숍 외에는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화장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특정 대기업과 브랜드숍 외에는 사정이 그다지 좋지 않다"며 "중국 직접 진출은 자금이 많은 대기업이 아니면 성공하기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내수에 의존하는 업체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소상공인·중소기업 '눈물'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은 요즘 최악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서울의 한 치킨집 업주는 "한 집 걸러 한 집이 치킨집이라고 할 정도로 경쟁이 과다한 상황"이라며 "가뜩이나 과다경쟁을 하고 있는데 손님까지 줄어드니 죽을 맛"이라고 말했다.

동네 상권에서 커피 전문점을 운영하는 다른 업주 역시 "하루에 손님 10명을 보기가 힘들다"며 "커피숍을 차린 게 후회된다"고 하소연했다.

내수에 의존하는 영세 중소기업들은 최저임금 인상 문제 때문에 하루하루 불안하다.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한 기업인은 "저성장과 소비위축으로 매출이 줄어 가뜩이나 힘든 상황"이라며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로 가뜩이나 빠듯하게 경영을 하고 있는데 인건비가 오르면 한계상황에 봉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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