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그룹 경영권 확보와 관련해 자신감을 드러냈다.
금호산업 매각을 위한 예비실사 종료를 하루 앞둔 9일 서울 프레스센터 메세나협회 기자간담회장에서 뉴시스와 만난 박 회장은 대화 내내 확신에 찬 표정을 잃지 않았다.
메세나협회장 자격으로 프레스센터를 찾은 박 회장은 금호산업·금호고속 인수 가능성을 묻자 "메세나협회 이야기만 하자"면서도 "여러분이 보는 대로 될 것"이라고 했다. 발언의 의미를 묻자 웃으며 간담회장으로 들어갔다.
박 회장은 지난 2월 예비입찰 당일도 뉴시스와 만나 "순리(順理)대로 될 것이다. (여론이)금호아시아나가 사회적 역할을 다했다고 본다면 (인수가) 될 것이고 안했다고 본다면 안될 것"이라고 밝히는 등 금호산업 경영권 탈환 의지를 드러내왔다.
채권단은 금호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그룹 지주회사인 금호산업 지분 57.48%를 확보했고 28일 본입찰을 마감하는 등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우선매수청구권을 가진 박 회장은 본입찰 최고가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하면 경영권을 탈환할 수 있다.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지 못하면 청구권이 소멸, 인수가 불발되는 것은 물론 금호타이어를 제외한 대부분의 계열사가 남에게 넘어간다.
박 회장은 군인공제회, 기업은행, 국내 사모펀드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 청구권 행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최측근 인사들을 그룹 부회장과 대외협력 담당 사장에 포진시키는 등 내부 장악과 대관업무도 강화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인수전이 박 회장에게 호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는다.
주택사업으로 2조원대 자기자본을 확보한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이 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사재출연으로 자금이 바닥난 박 회장을 압박하고 있고 다른 대기업이 사모펀드(PEF)와 손잡고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채권단도 박 회장에게 제동을 걸고 있다.
매수 희망자를 방해하는 등 불공정행위가 적발되면 우선매수청구권을 백지화하겠다고 했고 과도한 차입매수나 무리한 풋백옵션도 제한했다. 가격이 낮으면 매각 시기를 늦출 수 있다고도 했다. 자금력이 부족한 박 회장을 제약하는 조건들이다.
박 회장이 그룹 지배력 강화와 경영권 승계 차원에서 추진한 외아들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의 대표이사 사장 취임마저 철회시키기도 했다. 채권단은 박 회장이 '게임의 룰'을 어기고 있다며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채권단은 박 회장이 추진 중인 그룹 모태(母胎) 금호고속 우선매수청구권 행사도 제동을 걸었다. 금호산업 최대주주인 채권단과 사전 협의 없이 금호산업을 금호고속 인수전에 참여시킨 것은 월권행위이니 금호산업을 제외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하지만 금호고속 지분 100%를 보유한 사모펀드는 채권단 요구와 관계없이 금호그룹과 우선매수청구권 행사를 논의 중인 것으로 상당부분에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