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는 그나마 유통 업체들이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분전하면서 불황 속에서도 조금씩 경기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경기 침체'와 '인건비 상승', 환율로 인한 '원자재 가격 인상', '정부 규제' 등 악재는 이어지고 있다.
◇유통업계, 올해 역시 성장 둔화 이어갈 듯
업계에 따르면 백화점업계는 극심한 소비부진으로 올해 들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지난달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기존 점포 기준 1.0% 줄었으며, 전체 점포로는 6.8% 증가했다.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의 누계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전체점포 기준 8.3%, 기존 점포로는 0.3% 증가했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지난달 매출이 -0.8%의 역신장을 기록했다. 1~3월 누계 실적은 0.0%의 신장률을 기록했다.
신세계백화점은 1~2월 매출이 1.0% 늘었지만, 지난달 -1.3%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이에 1분기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0.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화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장기 침체로 얼어붙은 소비심리가 좀처럼 풀리지 않아 고민이 많다"며 "예년보다 많은 세일과 프로모션을 진행했지만, 봄 특수마저 사라졌다. 파격적인 할인상품과 차별화된 단독행사로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백화점들은 최근 할인 상품을 대폭 늘리고, 대대적인 할인행사에 나섰다. 좀처럼 열리지 않는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 위해 파격가의 한정 상품을 마련하는 한편, '줄 세우기 마케팅' 까지 등장했다.
대형마트와 온라인도 마찬가지다. 이마트는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2013년보다 20.7% 감소한 5831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0.9% 증가에 그친 반면, 영업이익은 1500억원 넘게 줄어들었다. 국내 홈쇼핑 업계 1위인 GS홈쇼핑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1566억원에서 1414억원으로 줄었다.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전통적인 오프라인 유통 채널의 침체를 이끄는 것은 경기침체도 있지만 전통 재래시장 활성화를 명분으로 내건 각종 규제가 한 몫 했다. 지방자치단체가 관련 조례를 새로 만드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자율적으로 평일 휴업을 하던 점포 중 상당수가 일요일 휴무로 바뀌었고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
식품업계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그나마 해외 수출이 가능한 대기업의 경우는 숨통이라도 트였지만 내수 시장으로만 먹고사는 중소기업의 경우는 돌파구를 찾기 힘든 상황이다.
한 식품 업계 관계자는 "최근 오뚜기의 진라면이나 농심의 우육탕면 등이 판매가 늘었는데 겉으로 보면 경기가 회복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반대로 해석하면 불황이기에 그만큼 한 끼에 들이는 비용을 줄이는 것"이라며 "유통 기업들이 외형 성장보다는 수익성 위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관광객 특수도 언제 끝날지 몰라 '안절부절'
그나마 숨통이 트인 곳은 명동 쇼핑가 등 중국인과 일본인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지역의 매장들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관광객들이 언제 발길을 끊을지 몰라 노심초사하고 있다.
명동 중심가에서 16년 동안 여성 의류 매장을 운영해온 이모(51)씨는 "지난해부터 내국인 고객들이 확연하게 줄어든 탓에 내수를 배제하고 판매 전략을 짠다"며 "지난해부터 중국인 고객 비중이 40% 정도로 늘었지만 환율로 일본 고객이 감소한 탓인지 매출은 증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여성 의류 매장을 운영하는 김모(40·여)씨도 관광객 증가로 즐겁지만은 않다고 했다. 머리에 히잡을 쓴 관광객을 미소로 맞이하다 내수 부진 이야기에 갑자기 표정이 어두워졌다.
김씨는 "재작년부터 내국인 고객이 절반 넘게 줄었다. 온라인 쇼핑몰 등의 영향이 큰 것 같다"며 "외국인 고객으로 인한 매출액은 유지하고 있지만 내국인으로 인한 매출은 계속 줄어만 간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내수 살리기 위해서는 '서비스 산업' 육성해야
이에 전문가들은 내수를 살리기 위해서는 단편적인 '최저임금 인상'에 매몰되기 보다는 다각적 접근을 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국내 내수상품의 질과 가격을 수출상품 수준으로 조정하고, 서비스산업을 활성화하는 동시에 낙수효과가 일어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내수가 살아나려면 기업이 투자하고, 가계가 소비해야 하는데 기업이 투자하기에는 경기가 너무 경기가 안 좋고 가계는 소비할 돈이 없는 것이 문제"라며 "기업이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여건을 개선하는 것이 가장 좋은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정부와 정치권이 말하는 부유층 소비 유도, 최저임금 인상만으로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중소기업에 대한 공공 연구개발 지원 등에 대한 지원을 더 늘리고, 재정을 조기집행하는 등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반면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위기 이후 성장 활력이 떨어지고 수명이 길어지고 주택 가격 상승이 멈추면서 소비위축으로 이어진 상황이라며 어쩔 수 없는 구조적인 부분이라 쉽사리 풀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서비스산업 육성이 가장 효과적인 해법"이라며 "외국 관광객을 유치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국민들의 요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여가, 문화 인프라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