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 내 주요 철강 계열사인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가 8일 전격 합병한 가운데 현대차그룹의 경영 승계작업이 탄력을 받을 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제철은 이날 임시 이사회를 열고 현대하이스코 합병안을 결의했다. 내달 28일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오는 7월1일 합병을 마무리한다.
업계에선 이번 합병을 두고 연매출 20조원 규모의 거대 철강사가 탄생했다는 것 외에 관심을 갖는 부분이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의 위상 변화다.
정 부회장은 현대제철 사내이사로 품질총괄을 담당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내 현대제철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정 부회장의 입지 역시 강화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 부회장은 2012년 3월 현대제철 사내이사로 처음 선임된 뒤 철강부문 경영에 관여해왔다. 우유철 부회장과 강학서 사장, 송충식 부사장과 함께 사내이사를 맡고 있지만 정 부회장의 철강부문에 대한 장악력은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실제 현대제철은 지난해 초 현대하이스코의 자동차용 냉연강판 사업부문을 합병한 데 이어 이번에는 해외 스틸서비스센터(SSC)와 강관, 자동차경량화 사업 부문까지 합병, 종합철강사로서의 면모를 갖췄다.
현재 현대제철 최대주주는 기아차(19.57%)다. 정몽구 회장과 현대차는 각 11.81%와 11.18%를 갖고 있으며 정 부회장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다만 기아차는 현대차가 최대주주이고, 현대차 2대주주 정 회장을 비롯한 정 부회장 등 오너 일가가 우호지분을 형성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 순환출자구조다. 정 부회장은 최대주주(23.29%)인 현대글로비스 등 8개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앞서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은 지난 2월 현대글로비스 지분 43.49% 중 13.39%를 블록딜 형식으로 매각해 1조1576억원 규모의 현금을 확보한 바 있다.
당시 업계에선 표면적으로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한 공정거래법 개정 취지에 부응하기 위한 조치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 부회장이 순환고리의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의 지분 확보를 위해 거액의 현금을 만든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현재 현대모비스의 지분구조는 기아차 16.88%, 정 회장 6.96%, 현대제철 5.66%, 현대글로비스 0.67%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