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골함이 든 수하물이 도착하지 않아 장례식을 두 번 치르게 됐다면 누가 책임을 져야할까.
미국 교포인 A씨는 지난달 26일 시애틀에서 대한항공(KE020편)을 이용, 입국했다.
'고향 선산에 묻히고 싶다'는 작고한 부친의 소원을 지키기 위해 거주지인 미국 포틀랜드에서 현지 항공사로 시애틀로 온 후 다시 인천으로 향하는 긴 여정에 나선 것.
문제는 수하물을 찾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아버지의 유골함이 든 가방이 없어진 것. A씨는 대한항공에 분실신고를 하고 6시간 이상 공항을 뒤졌지만 찾지 못했고 호텔로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A씨는 다음달 오전 5시께 대한항공으로부터 유골함을 찾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운송 과정에서 실수로 싣지 못해 시애틀에 있다. 유골함을 공동운항사인 D사 편으로 들여온 후 퀵서비스로 발송해 줄 테니 주소를 달라'는 내용이었다.
A씨는 '유골함을 퀵서비스로 보내는 경우는 없다'며 대한항공 직원들이 직접 들고 와 사과할 것을 요구했지만 규정에 없다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설상가상으로 유골함은 둘째날도 도착하지 않았다. D사 직원의 실수로 유골함이 실리지 않은 것. A씨는 입국 3일째 되던 날 유골함을 찾았지만 입관식이 취소되는 등 장례 일정마저 뒤엉켜 버렸다.
A씨 측이 장례 일정 차질에 따른 보상을 요구하자 대한항공은 '수하물 지연 규정에 따라 미화 50달러를 지급하겠다'고 회신했다.
A씨는 "'퀵으로 유골을 보내주겠다', '50달러를 주겠다'고 했을 때 거지 취급하는 것 같아 분통이 터졌다"며 "피해를 입은 고객은 전혀 배려하지 않고 규정 운운하며 기계적 대응을 되풀이 하는 것이 가관"이라고 꼬집었다.
대한항공은 규정에 따라 최선을 다했다는 입장이다. 항공 규정에 따르면 유골함 지연은 A씨가 처음 이용한 현지 항공사의 과실이나 고객 편의를 위해 공동운항사의 협조까지 얻어가며 빠른 반입을 추진했다는 것. '퀵 서비스', '50달러 보상' 등은 규정에 정해진 최고 수준의 보상이라고도 설명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규정에 따라 최선을 다했다"며 "A씨가 수속 과정에서 유골함 존재를 항공사에 알리지 않는 등 과실이 있고 귀국편 좌석 등급 상향을 요구하는 등 무리한 요구를 한 부분도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