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올 해 첫 현장경영 무대로 미국을 선택했다.
정 회장은 24일 미국행 비행기에 올라 4박5일간 현대·기아차 미국 판매법인 및 생산법인을 방문하고 미국 생산·판매 전략을 점검한다.
이날(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에 위치한 현대차·기아 판매법인을 방문하는데 이어 26일에는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과 기아차 조지아 공장을 차례로 둘러보고 미국 판매전략을 살펴본다. 또 이번 방문에선 기아차 멕시코 공장을 처음으로 찾아 건설 현황을 확인할 예정이다.
특히 지난해 연말 생산을 시작한 신형 쏘렌토의 양산 품질을 직접 확인하고 올 하반기 생산 예정인 신형 K5와 신형 아반떼의 준비상황도 체크한다. 디자인센터 방문에선 수요자들의 요구에 부응해 독창적인 디자인을 개발하는데 역량을 집중하라고 주문할 방침이다.
앨라배마와 조지아 공장은 현재 3교대 체제를 구축, 각 37만대와 34만대의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올해는 설비 개선 및 생산 공정 합리화 등을 통해 가동률을 높여 각 39만대와 36만5000대를 생산할 계획이다.
지난해엔 현대차가 72만6000대, 기아차가 58만대를 각각 판매하는 등 매년 연간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올해에는 8% 증가한 141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2월까진 판매 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4.7% 증가한 17만1237대다.
정 회장이 올 해 첫 방문지로 미국을 선택한 것은 가장 중요한 시장이면서도 난관이 예상되는 곳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국 시장에서의 성과는 완성차 업체들의 경쟁력 평가로 이어진다. 그만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올 해는 중국과 함께 자동차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글로벌 업체들간 최대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 앞엔 유로 및 엔화 약세, 픽업시장 증가, 제품 라인업 부족 등 3중고가 놓여 있다.
미국은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픽업 트럭을 중심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승용차 중심의 라인업을 갖춘 현대·기아차로서는 적기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난점이 있다. 더욱이 미국 업체들은 픽업 트럭 점유율을 높이고 있고 일본·유럽 업체들은 유로화와 엔화 약세에 힘입어 인센티브 확대 등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정 회장은 이번 미국 방문에서 '품질 최우선'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고객을 만족시키는 최선의 해답은 품질"이라며 "미국 시장에서 현대·기아차가 경쟁사들을 압도하는 최고 수준의 품질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힐 예정이다.
또 "올해 신차들은 양산 전 시험생산 단계부터 철저하게 준비하고 협력사들의 품질경쟁력 확보에도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지난해 미국에서 100%를 초과하는 가동률을 기록한 만큼 전생산공정을 철두철미하게 점검해 생산 운영과 안전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할 계획이다.
특히 "미국·일본·유럽 업체의 협공이 예상되는 이 시점에 우리만의 강점을 살리고 과감한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며 "우리만의 강점을 살려 과감하게 승부수를 던지고 신차를 활용해 반전의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할 방침이다.
이어 직원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한편 "과거 시장 상황이 어려울 때마다 혁신적인 전략으로 위기를 돌파해 왔던 만큼 과거 경험을 토대로 미국 시장 성장률을 넘어서는 성과를 창출하자"고 독려할 예정이다.
정 회장은 글로벌 시장 중요 변곡점마다 과감한 승부수로 시장 변화를 주도해 왔다.
1998년 미국 판매가 9만 대까지 떨어지자 '10년 10만 마일' 보증 프로그램을 도입, 돌파구를 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자동차 수요가 급감했던 2009년엔 오히려 '어슈어런스 프로그램'(assurance porgram)이란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불황을 극복했다.
한편 현대·기아차는 올해 SUV 시장 공략을 통해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하반기 소형 SUV 투싼을 출시하고 싼타페 판매를 강화한다. 주력 차종인 아반떼와 쏘나타는 새로운 패키지와 경쟁력 있는 할부금융 프로그램으로 신규 고객을 공략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