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은 우리 정부가 북한의 현지 법인장 소집 요청에 응하지 말라고 요청한 것과 관련, 17일 "우리답지 않은 비상식적 조치"라고 비판했다.
정 회장은 이날 뉴시스와 가진 전화통화에서 "특정 요구를 들어주지 말라는 내용이라면 이해하지만, 공단을 운영하는 측에서 '할 말이 있으니 모여달라'고 하는데 참석조차 하지 말라는 요청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북측이 16일 오후 개성공단 입주기업 현지법인장들에게 모여달라고 통보했고, 우리 정부는 같은 날 저녁 남측 기업 대표들에게 전화해 현지 법인장들이 회의에 참석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측이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을 볼모삼아 이러는 것도 지긋지긋한데 우리 정부까지 기업들을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기업들이 통일부가 시키는대로 하는 꼭두각시냐"며 "현지에 주재하고 있는 현지법인 대표들에게 공단을 관리하는 북측이 '할 말이 있으니 좀 모여달라'고 부르면, 이야기는 들어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또 "북측 근로자들을 데리고 북측에서 공장을 돌리는 기업 입장도 생각해 줘야 하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회장은 또 "북측이 우긴다고 우리 정부까지 상식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 어쩌느냐"며 "정부의 요청에 따랐을 때 우리측 기업이 입는 손실을 책임질 수도 없으면서 왜 이렇게 입주기업들 입장을 곤혹스럽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현지 법인장 소집 요청에 응하기로 협의를 했느냐"는 질문에는 "그럴 시간도 없었고, 그럴 일도 아니다"라며, 각 기업 또는 현지 법인장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과 통일부 등에 따르면 북측 개성공단 지도기관인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은 16일 한국 입주기업 현지법인장들에게 "17일 오전 11시 총국 사무실에 모이라"고 요청했으며, 통일부는 법인장들에게 불참을 요청했다.
통일부는 북한 총국에 "우리기업 사장단이 곧 방북해 (총국과)어차피 만나므로 권한이 없는 현지법인장들을 모으지 말고 사장단과 간담회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의사를 전달했다. 입주기업들에게는 임금 인상에 응하지 말 것을 주문하면서 불응할 경우 불이익을 주겠다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