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카드사들이 비자·마스터 등 국제카드사에 지급한 국내이용 수수료가 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은 해외여행이나 해외직구(직접구매) 때 비자·마스터 등 국제카드사와 제휴를 맺은 국내외 겸용 카드로 결제할 수 있다.
하지만 국제카드사들은 국내 결제에 대해서도 0.04%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이에 따라 비자·마스터 등의 브랜드가 찍힌 카드를 국내에서 사용하는 대가로 한 해 동안 1000억원을 지급했다.
25일 금융감독원과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국제카드사에 지급한 수수료 총액은 194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국내 이용에 대한 수수료는 1062억원으로 해외 사용 수수료(316억원)의 3배에 달했다.
국제카드사 총 지급 수수료는 ▲2011년 1643억원 ▲2012년 1819억원 ▲2013년 1246억원▲2014년 1062억원 등으로 2012년 이후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다.
이 가운데 국내이용 수수료는 ▲2011년 1074억원 ▲2012년 1173억원 ▲2013년 1246억원 ▲2014년 1062억원으로 1000억원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정훈 연구위원은 "내국인의 해외여행이 증가하고 있고, 해외에서 결제할 때 카드사용이 늘어났다"며 "해외직구도 급증하고 있어 주요 국제카드사의 해외이용 수수료 수입도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국제카드사들이 국내결제에 대해서도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에 대해 "국제카드사별로 글로벌 지침이 있고 수수료 부과는 시장의 문제이기 때문에 당국이 개입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해외결제 계획이 없는 소비자들에게 국내 전용카드를 발급받도록 유도하고, 국내이용에 대해서는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는 '대안브랜드' 카드 발급을 확대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해외결제를 이용하지 않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국내외 겸용카드를 사용할 경우 본인이 쓰지도 않는 기능으로 수수료가 지급된다는 점을 알려 (국내전용 카드를) 선택토록 하고 있다"며 "로열티 없는 카드 발급이 늘어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비씨카드의 'BC Global', KB국민카드의 'K-World' 등은 JCB, 유니온페이 등 국제카드사와 제휴를 맺고 있지만 국내이용에 대해서는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 다만 이런 카드의 경우 유럽 등 특정 지역에서는 가맹점이 제한될 수도 있다.
불필요한 수수료 지급을 줄이기 위해 소비자들은 국내에서 되도록 국내 전용카드로 결제하고, 여러 개의 신용카드를 소지했다면 국내외 겸용카드를 일원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금융위 관계자는 "수수료 체계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는 없지만 소비자의 불편이 없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며 "국내 전용카드 및 대안브랜드 발급이 확대되면 불필요한 비용 부담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