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신동빈 회장, 미래 먹거리로 '렌터카 사업' 낙점

렌터카 1위 업체 'KT렌탈' 인수…유통·금융·관광 등 기존 사업과 시너지 기대

롯데그룹이 올 상반기 인수합병(M&A) 시장의 최대어로 떠올랐던 KT렌탈을 품에 안았다.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인 7조5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승부수가 통했다는 평가다. 반면 유력 인수 후보였던 SK(네트웍스)는 고배를 마시며, 총수 부재 장기화로 인한 경영공백을 여실히 드러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렌터카 업종을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한다는 방침 아래 조용하면서도 치밀하게 KT렌탈 인수를 진행해왔다.

업계는 당초 인수가격이 대략 7000억~8000억원 수준에서 정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후 매각 주간회사인 크레디트스위스가 매각방식을 경매호가(프로그레시브딜)로 바꾸면서 경쟁이 과열됐다.

롯데의 경우 지난달 28일 1차 본입찰 때만 해도 7000억원대의 인수가를 제시해 주목을 받지 못했다. 당시 SK네트웍스는 9000억원대의 높은 가격을 써내 유력한 인수 후보로 떠올랐다.

SK네트웍스가 자사 주유소를 활용해 렌터카 사업에 낮은 원가의 연료를 공급할 수 있는데다, 그룹 내에 국내 최대 중고차 업체인 SK C&C(SK엔카)가 있어 큰 시너지 효과가 기대됐다.

렌터카업계 4위인 SK네트웍스가 렌터카 시장 1위인 KT렌탈을 인수하면 렌터카 시장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절대 강자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롯데가 과감한 베팅에 나서면서 수포로 돌아갔다. 롯데는 지난 16일 마감된 2차 본입찰 때 1조원이 넘는 가격을 써내 한국타이어컨소시엄,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등 다른 후보를 앞질렀다.

이에 KT와 매각주관회사인 크레디트스위스는 SK네트웍스에 입찰가를 올려 2차 본입찰에 참여하라는 요청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SK네트웍스는 인수가격을 더 써낼 생각은 없다며 2차 본입찰에 불참했고, 결국 롯데가 KT렌탈을 새 가족으로 품게 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기불황으로 소비 패턴이 자동차 구매·소유에서 사용·리스로 변하면서 렌터카 사업이 완성차와 부품 제조사업보다 리스크도 적고, 성장세가 밝다"며 "롯데그룹의 추진력과 SK그룹 오너리스크, 이동통신업계의 경쟁구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롯데가 KT렌탈의 새 주인으로 선정됐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수입차 시장의 규모가 점차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렌터카 시장의 성장세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렌터카 사업이 롯데그룹의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롯데그룹 역시 KT렌탈 인수를 계기로 렌터카 업종을 향후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롯데는 국내 1위 렌터카 브랜드인 KT금호렌터카를 보유하고 있는 KT렌탈을 통해 고객 접점을 다양화하고, 백화점·호텔·면세점·금융·관광 등 기존 사업과 연계해 시너지를 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KT렌탈의 영업망에 롯데의 유통망이 결합되면 단기 렌탈·셰여링 서비스에 대한 영업 확대와 가동률을 개선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국내 렌터카 시장은 최근 5년간 고성장을 지속해왔으나 국내의 승용차 등록대수 대비 렌터카 인가대수 비중은 여전히 일본·미국 등 선진시장 대비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며 "국내 렌터카 시장의 장기적 성장잠재력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최대의 영업망·차량 유통 인프라를 갖추고 있고, 국내 1위 카셰어링 업체 '그린카'를 보유하고 있는 KT렌탈의 성장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며 "KT렌탈은 향후에도 10% 이상의 매출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KT렌탈 인수가 옴니채널에 이은 그룹 미래성장의 새로운 한 축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국자동차대여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렌터카 시장(지난해 3분기 기준)은 KT렌탈(26.4%)에 이어 AJ렌터카(13.4%), 현대캐피탈(9.6%), SK네트웍스(6.5%) 순으로 시장 구도가 형성돼 있다.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