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0대 증권사 중 4곳이 매물로 나왔다. 계속되는 불황으로 인한 증권업계 구조조정의 태풍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0대 증권사 중 현대증권, 우리투자증권, 동양증권이 인수·합병(M&A) 시장에 공식적으로 이름을 올렸다. 내년 7월께 매각작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는 KDB대우증권을 합하면 4곳의 대형사가 매물로 나온 셈이다.
현대그룹은 지난 22일 그룹의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업계 5위인 현대증권을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증권은 IB 업무 인가를 받은 대형증권사로, '현대'라는 이름을 얻기 위해 현대차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이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HMC투자증권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현대차그룹이나 HI투자증권을 자회사로 둔 현대중공업그룹이 현대증권을 인수할 경우 업계 선두권의 대형 증권사가 재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2위인 우리투자증권은 당초 지난 20일 이사회를 열어 패키지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었지만 진통 끝에 일정을 연기했다. KB금융과 NH농협금융 중 한 곳이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동양그룹 유동성 위기 사태 후 매물로 나온 동양증권의 경우 우리투자증권의 매각 이후 인수자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
동양증권은 현재 대만의 유안타증권과 매각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우리증권 인수전에서 진 금융지주가 추후 협상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1위인 대우증권은 아직 공식적으로 시장에 나오지 않았지만 내년 7월께 매각 작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 LIG투자증권, 아이엠투자증권, 이트레이드증권, 리딩투자증권, 골든브릿지투자증권 등 중소형 증권사들도 매물로 나와있는 상태다.
이번 대규모 인수합병이 끝나면 업계의 판도가 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형증권사의 숫자가 줄어들고 덩치가 커져 업계의 숙원인 대형 투자은행 탄생이 가능해 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증권사들이 M&A를 전후로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인력감축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여의도 증권가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입수합병을 마치면 증권사들의 숫자가 줄어들고, 규모가 커져 업계 판도가 바뀔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업계 상황이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M&A 시장에 나온 대형증권사의 한 직원은 "아무래도 매각을 전후로 대대적인 인원감축과 구조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지 않겠느냐"며 "업계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다들 긴장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