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현대·기아차 상대, 담합한 '덴소·보쉬'에 과징금 1146억원 부과

외국계 자동차부품업체 5곳이 현대·기아자동차를 상대로 담합을 벌여오다 공정위에 적발됐다. 현대·기아차는 국내 자동차 시장의 75%를 점유하고 있어 소비자에게 그 피해가 고스란히 전가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3일 현대·기아차가 발주한 자동차 계기판 및 와이퍼 입찰을 담합한 5개 외국계 자동차부품업체에 대해 총 1146억8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적발된 곳은 계기판 입찰을 담합한 일본계 덴소코퍼레이션과 자회사인 덴소코리아일렉트로닉스(510억9900만원), 독일계 콘티넨탈 오토모티브 일렉트로닉스(459억9200만원) 3곳과 와이퍼 입찰을 담합한 덴소코퍼레이션과 자회사인 덴소코리아오토모티브(119억6100만원), 독일계 보쉬전장(56억2800만원) 3곳으로 모두 5개 업체다.

이번 담합을 주도한 덴소코퍼레이션은 국내 자회사를 동원해 계기판과 와이퍼 입찰에 모두 관여했지만 직접적인 매출이 없다는 이유로 시정명령만 부과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덴소와 콘티넨탈은 현대·기아차가 2008년 1월부터 2012년 3월까지 발주한 소나타(LF), 아반떼(MD), 그랜져(HG), 카니발(YP) 등 총 21개 차종의 계기판 입찰에 참여하면서 낙찰예정자 등을 합의했다.

이들 업체는 수주받기로 합의한 업체가 들러리 업체보다 통상 5% 내외로 낮게 견적서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현대·기아차가 발주한 총 21개 입찰을 담합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상 계기판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이들 업체 간의 담합이 종료된 지난해 3월 이후 입찰부터는 다시 업체 간 가격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견적서의 가격 차이가 최대 22%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와이퍼 입찰과 관련해 덴소와 보쉬전장은 현대·기아차가 2008년 8월부터 2009년 2월까지 발주한 아반떼(MD), 프라이드(UB), 소나타 왜건형(VF) 등 총 6개 차종의 입찰을 담합했다.

이들 업체는 현대·기아차 측으로부터 개별적으로 견적요청서가 나올 때마다 서로 투찰가격을 알려주면 이보다 높게 또는 낮게 견적서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낙찰에 참여했다.

일예로 덴소가 보쉬로부터 가격정보를 사전입수함에 따라 앞서 내부적으로 결정한 가격보다 프라이드(UB) 와이퍼 입찰의 경우 8.5% 포인트, 소나타 왜건(VF) 입찰의 경우 5.4% 포인트 각각 높은 가격으로 낙찰됐다.

이들 업체들은 저가 수주 경쟁을 지양하고 적정한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담합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유선 등 증거가 남지 않는 방식으로 연락을 하면서 의견을 조율해왔다.

공정위는 "낙찰 당시 양산가격 및 구매수량이 확정되지 않은 개발구매입찰 담합에 있어 담합의 영향을 받아 장래 발생할 매출규모에 기초해 과징금을 부과한 첫 번째 사례"라며 "미국, EU 등 경쟁당국과 현장조사 및 정보교환 등 긴밀한 공조를 통해 적발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부품 관련 국제카르텔을 적발해 제재한 사례는 미국, EU, 일본 경쟁당국에 이어 이번이 4번째다. 앞서 미국은 관련 담합 사업자 20곳에 최대 규모인 16억 달러(1조7000억원 상당)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공정위는 국내 자동차 시장의 75%를 점유하고 있는 현대·기아차의 전 차종이 담합 대상에 포함된만큼 이번 조치로 인한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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