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는 ‘지도에 없는 아리랑고개’가 10여개다. 그 중 가장 큰 슬픔이 밴 아리랑고개는 오키나와현 나하(那覇)섬 부속도인 아카(阿嘉)에 있다.
1944년 부산에서 끌려와 아카섬에 수용된 위안부들은 이 고개에서 바다 건너 조선을 바라보며 아리랑을 노래했다. 조선인 위안부 7명, 일본해군 특설 수상근무대로 끌려간 조선인 인부 350명의 한이 서린 곳이 아카다.
미군의 오키나와 공습도 여기에서 시작됐다. 미군 1만2000명이 전사했다. 자결한 일본군, 폭격에 희생당한 민간인은 20만명에 달한다.
2006년 몇몇 일본인들이 오키나와에서 배우고 행동하는 ‘혼백회’를 결성했다. 제주4·3을 생각하는 일본모임인 ‘한라산회’는 지난해부터 제주4·3희생자유족회와 관계를 맺고 있다.
이들은 2009년 제주도 민속음악 관계자들을 아카로 초청했고, 이듬해 ‘아리랑 평화음악제’가 개최되기에 이르렀다. 2014년에는 태풍 탓에 취소됐다. 올해는 2차대전 종전 70주년을 맞아 더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단법인 한겨레아리랑연합회는 제주의 관련모임 등과 협의해 2015년 행사를 확대해 열기로 하고, 사전 답사를 함께할 뜻 있는 이들을 찾고 있다.
2월 9~12일 3박4일에 거쳐 아카섬 일대 조선인 관련 유적지를 답사하고, 10월 제5회 아리랑평화음악제 관련사업을 논의한다. 음악제 규모를 키우고, 아리랑비를 건립하며, 위령제를 올린다는 계획이다.
한겨레아리랑연합회는 아리랑이 전파된 첫 해외 지역이 류큐국(琉球國), 현 오키나와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학술답사도 병행한다. 강원 정선 일대에서 아리랑을 ‘아라리’라고 부르고 있다는 데서 드러나듯 아리랑의 어원은 ‘아라리’다. 아라리는 노래·소리·말을 가리킨다.
일본의 고대 음악·무용 연구서 ‘가무음악약사(歌舞音樂略史)’는 일본의 고대 답가(踏歌; 밭매는 소리) ‘아라리’를 소개하며 “이 노래는 류큐어로 ‘새가 소리를 내다’, 즉 ‘울다(鳴)’라는 의미인데 조선 반도에서 전해진 것”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한겨레아리랑연합회 측은 “특히 1623년 발행된 류큐에서 가장 오래된 가요집인 ‘오모로소시’ 등에서 아리랑 관련 기록을 찾아낼 가능성이 높다”고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