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인사를 하루 앞둔 25일 성탄절. 노병용 당시 롯데마트 대표는 부인과 함께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를 관람했다.
“롯데그룹 인사는 어떻게 될 것 같으냐”는 질문에 “인사는 나와 봐야 안다. 아직은 잘 모르겠다”던 노 대표였지만, 표정은 무척 밝았다. 인사가 있고 보니 사랑하는 부인과의 멋진 공연 탓인지, 아니면 롯데물산의 새로운 수장이 된 것에 대한 기쁨이었는지는 아리송하다.
롯데물산으로 자리를 옮긴 노병용 신임 대표의 어깨에 롯데 그룹의 사운(社運)이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마도 지금 그가 겪을 무게감은 상상 이상일 것이다. 그의 웃음 속에는 ‘자신감’과 함께 ‘기대감’, 그리고 ‘책임감’과 ‘부담감’이 공존하지 않을까.
그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도 “제2롯데월드의 안전과 대외적인 신뢰를 강화하는 데 총력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본인 역시 신동빈 회장이 롯데물산의 대표에 앉힌 것은 신 회장의 숙원인 ‘제2롯데월드’의 안착임을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지금 그의 머릿속에는 어떤 아이디어를 통해 제2롯데월드를 대한민국의 랜드마크, 롯데그룹의 상징으로 거듭나게 할 것인지와 국민들에게 안전에 대한 불안감을 불식 시킬 지로 가득 찼을 것이다.
실제 노 대표는 2010년 12월 ‘통큰 치킨’으로 소위 ‘대박’을 쳤다. 일부에서는 미끼 상품이라는 오해와 중소 상인의 밥줄까지 뺏는다는 논란이 있었지만 ‘통큰 치킨’으로 인해 롯데마트가 유무형의 이득을 얻었다.
2010년 11월에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로 부상을 입고 전역한 한 해병을 우선 채용하고 56~60세 은퇴자를 ‘시니어 사원’으로 모집하기도 했다.
롯데물산에서도 이처럼 다양한 사회적인 활동과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위기에 빠진 제2롯데월드몰을 구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노 대표가 간과하지 말아야할 것은 제2롯데월드의 안전은 단순히 이벤트와 아이디어로만 해결해야할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국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눈속임과 말장난이 아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와도 안심할 수 있는 곳, 단순히 크기만 큰 것이 아니라 그 안에 감동과 철학, 역사가 담긴 곳, 제2롯데월드가 그런 곳이 되길 원한다.
그는 롯데마트 사무 공간에 ‘우리는 항상 을입니다’라는 포스터 문구를 붙여 놓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에 나오는 프랑스 대혁명의 주역인 시민들 역시 왕실의 갑질에 분노한 민중이다.
제2롯데월드도 국민들 앞에 ‘을’의 자세로 나가지 않는다면 언젠간 국민들도 롯데에 등을 돌릴지 모른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