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원대의 불법대출을 저지르고 그 대가로 수천만원을 챙긴 혐의로 구속기소된 KB국민은행 전 도쿄지점장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용현)는 24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KB국민은행 전 도쿄지점장 이모(58)씨에게 징역 6년에 벌금 9000만원, 추징금 9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이씨와 함께 기소된 KB국민은행 도쿄지점 전 부지점장 안모(54)씨와 전 도쿄지점장 김모(56)씨에게 각각 징역 4년과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아울러 양모(42) 전 과장 등 3명에게는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씨 등은 도쿄지점에서 지점장 등으로 근무하며 본점의 감시·감독이 소홀한 것을 기화로 동일 차주에게 다액의 대출을 하기 위해 거액의 부실대출을 시행했다"며 "이로 인해 국민은행이 현재까지 수백억원에 달하는 현실적인 손해가 발생했고 앞으로도 손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그럼에도 이씨 등은 부실대출을 알지 못했다고 변명으로 일관하며 전부 직원들 탓으로 돌리고 있다"며 "이씨는 불법대출의 대가로 9000만원을 수수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같은 부실대출은 대출의 담보로 제공된 부동산의 가치도 상당한 만큼 배임죄의 유죄로 인정되는 피해금액을 실제 피해로 보기 어렵다"며 "국민은행 자체의 감시·감독 기능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점도 범행의 원인 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들의 배임 혐의에 대해 일부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대출 당시 담보 부동산에 대한 외부감정평가 기관의 평가와 도쿄지점 직원이 재사정한 가격은 적정하고 정상적으로 가치를 평가했다고 볼 수 없는 만큼 실제 담보가치를 반영한 것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이들은 초과대출 사실도 충분히 인정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재판부가 유죄로 판단한 부당대출 횟수와 금액은 이씨의 경우 61건·132억3800만엔(한화 1213억8000만원 상당), 안씨는 65건·144억4200만엔(1324억2000만원 상당), 김씨 21건·50억5500만엔(463억 상당), 양씨 29건·63억3100만엔(580억 상당) 등이다.
또 이씨가 불법대출의 대가로 9000만원을 수수한 혐의에 대해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이씨와 안씨가 양씨의 부동산 매매계약서 변조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사문서 변조 등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한편 이씨는 국민은행 도쿄지점장으로 근무한 2010년 1월부터 지난해까지 기업 관계자에게 133회에 걸쳐 289억엔2900억원) 가량을 불법대출해주고 그 대가로 9000만원의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안씨 역시 비슷한 수법으로 140차례에 걸쳐 296억엔(2900억원)가량을 불법대출해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결과 이들은 주로 대출 서류를 조작하거나 동일한 담보를 이용해 중복 대출을 일삼고 타인 명의를 통해 분할 대출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