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삼성전자 백혈병 협상 두달여만에 재개…'청문절차' 진행키로

삼성전자의 직업병 피해보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가 약 두 달만에 재개됐다. 이번 교섭에서 협상 주체들은 청문절차를 진행키로 하는 등 3가지 사안에 대해 합의했다.

김지형 삼성 직업병 조정위원장은 18일 '조정위원회 1차 회의'를 마친 후 브리핑을 통해 "첫 조정기일이어 특별한 진전이 있지는 않았다"며 "다만 오늘 조정을 통해 ▲해결안 제시 ▲청문절차 진행 ▲언론창구 단일화 등 3가지 사안에 대해 합의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원회(가족위), 반올림(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등 3개 주체는 이날 오후 3시부터 약 2시간30분 동안 서울 서대문구 법무법인 지평 회의실에서 1차 회의를 가졌다.

이들이 한 자리에서 마주하는 것은 지난 10월8일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열린 9차 협상 이후 두달여만에 처음이다. 당시 가족위는 대법관을 지냈던 김지형 변호사를 중심으로 하는 조정위원회를 설립하자고 제안했고, 삼성전자는 이를 받아들였으나 반올림측이 조정위 설립을 거부하며 협상은 중단됐었다.

그러나 지난 15일 반올림이 피해자 보상 협상에 참여하겠다고 밝히면서 세 주체가 다시 한 자리에 모이게 된 것이다.

이날 조정위 1차 회의는 협상 재개에 따른 상견례 성격이 강한 만큼 보상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보다는 향후 회의의 큰 틀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김지형 조정위원장은 "조정사안이 갖는 사회적 의미가 커 교섭 주체들에게 역사를 만들어가자고 강조했고, 다들 그 부분에 대해 공감해준 것 같다"며 "앞으로 남은 조정기일 절차에도 지속적인 협조를 당부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각 교섭 주체들은 기존에 요구해온 사과, 보상, 재발방지 대책마련 등 3가지 사안에 대해 해결안을 제시했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했다"며 "이에 조정위는 해결안을 수렴한 후 충분히 내용을 검토한 뒤 다음 조정기일에 제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질문을 하는 이른바 '청문절차'를 진행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해결안 제출 기간은 내년 1월9월까지이며, 청문절차는 다음 조정기일인 내년 1월16일 오후 2시에 진행하기로 했다.

김 조정위원장은 또 "각 주체가 얘기를 따로 하는 과정에서 혼선이 생기고 오해가 발생하는 부분이 있어 조정위와 관련된 사안에 대한 언론창구를 조정위로 단일화하기로 했다"며 "교섭 주체들도 기본적으로 동의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조정위 1차 회의는 시작 전부터 팽팽한 기류가 흐르며 향후 협상 과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가족위는 이날 협상장에 들어가기 전 삼성전자와 반올림측에 보다 전향적인 자세를 요구하며, 내년 구정(2월19일) 전까지는 보상 문제가 마무리 되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가족위 관계자는 "반올림이 늦게나마 조정에 참여한게 된 것을 환영한다"며 "하지만 이번 조정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피해자와 유가족임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족위가 삼성과 반올림에게 기대하는 것은 삼성은 앞으로 문제해결에 적극적인 자세로 피해자들의 요구를 적극 수용할 것과 반올림은 앞으로 진행될 조정위 안에서 반올림이 지금까지 피해자들을 도와서 활동했던 것처럼 피해자들의 협력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 삼성반도체 직업병 문제해결에 좋은 결과를 함께 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반올림 측은 "오늘은 삼성전자와 본교섭을 시작한지 꼭 1년째 된 날"이라며 "작년 12월18일 기흥공장에서 본교섭을 하다 잘 안됐고 지금까지 파행을 거듭해 왔다"며 "삼성이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고도 아주 낮은 단계에서 합의하려다보니 협상이 지지부진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조정위 설립은 유감이나 재발방지와 사과 등에 대한 논의가 가능하다고 해서 조정에 참여하게 된 것"이라며 "반올림과 삼성전자, 가족위 등 각 주체는 조정위의 초청으로 회의에 참가하게 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백수현 삼성전자 전무는 "오늘 자리는 상견례 성격이 강해 보상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원만한 조정속 합리적인 결과를 기대한다"며 "삼성전자도 피해자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대화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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