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 서비스 불만을 이유로 항공기를 회항시킨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이 검찰에 고발될 것으로 보인다.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는 이른바 '땅콩 회항'으로 논란을 일으킨 조현아 부사장에 대해 업무방해 및 항공법 위반 혐의 등으로 서울서부지검에 고발할 계획이라고 9일 밝혔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통해 "이 같은 재벌 총수와 그 일가들의 무소불위의 갑질과 횡포를 향후 예방한다는 차원에서도 조 부사장의 불법 행위를 묵과해서는 안된다는 판단에 오는 10일 오후 서울서부지검에 조 부사장을 고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어 "수백 명이 탑승한 비행기의 안전과 중요 서비스와 직결된 사항마저도 가볍게 좌지우지해버릴 수 있는 것은 조 부사장이 대한항공을 지배하고 있는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일원이라는 이유 말고는 설명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특히 "검찰은 고발 즉시 수사에 착수해 직장 내 고위 임원들의 노동자들에 대한 불법적이고 부당한 갑질과 횡포를 엄벌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는 중요한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항공보안법에 따르면 항공기 승무원에 대한 지휘 및 감독은 기장이 한다고 규정돼 있다. 아울러 폭행·협박 또는 위계로서 기장 등의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해 항공기와 승객의 안전을 해친 사람은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이를 근거로 참여연대는 "램프유턴 사태와 관련된 조 부사장의 행위는 사회적인 책임 뿐만 아니라 법률적인 책임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을'의 위치에 있는 사무장을 비행기에서 내리게 한 것도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강요죄 등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 부사장은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JFK공항에서 인천으로 출발하려던 KE086편 항공기를 활주로에 멈추게 한 뒤, 탑승게이트로 되돌아가도록 '램프리턴'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의 중심에 섰다.
'램프리턴'이란 항공기 정비나 승객의 안전 등에 긴급한 문제가 생겼을 경우 취하는 조치다.
사태의 발단은 대한항공 승무원이 퍼스트클래스에 탑승한 조 부사장에게 땅콩 등 견과류를 '봉지째' 건네면서 불거졌다.
당시 조 부사장은 '왜 서비스를 매뉴얼대로 하지 않느냐'며 승무원을 큰 소리로 꾸짖었다. 이후 객실의 안전과 서비스를 책임지고 있는 사무장 역할의 승무원을 불러 서비스 매뉴얼을 확인해보라고 요구했다.
이에 사무장이 관련 규정을 즉시 찾아내지 못하자 조 부사장은 끝내 항공기에서 내릴 것을 명령했다. 결국 항공기는 기수를 돌려 사무장을 내려놓은 뒤 출발했다.
이로 인해 출발 시간은 20여분 지연됐고 인천국제공항 게이트에 도착까지는 11분이 늦어졌다.
논란이 거세지자 대한항공 측은 지난 8일 '입장자료'를 통해 "비상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항공기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승무원을 하기시킨 점은 지나친 행동이었다"며 "이로 인해 승객 분들께 불편을 끼쳐드려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한항공 전 임원들은 항공기 탑승 시 기내 서비스와 안전에 대한 점검 의무가 있다"며 "조 부사장은 기내 서비스와 기내식을 책임지고 있는 임원으로서 문제 제기와 지적은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사무장을 항공기에서 내리게 한 이유에 대해서는 "최고의 서비스와 안전을 추구해야 할 사무장이 담당 부사장의 지적에도 규정과 절차를 무시했고, 매뉴얼조차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 채 변명과 거짓으로 적당히 둘러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참여연대는 "사건의 당사자인 조 부사장은 뒤로 빠지고 대한항공이 사과의 주체가 된 것부터가 문제다. 총수일가의 잘못을 회사가 사과하는 모양새"라며 "내용도 진정한 사과를 느낄 수 없고 책임을 피해자 직원에게 전가하는 식"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