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1일 오후 청와대에서 한·일재계회의 참석차 방한한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도레이사 회장 등 일본 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經團連) 대표단을 면담하고 양국간 교역 활성화 방안, 경제통합 대응, 투자유치 정책 등을 논의했다.
박 대통령이 일본의 재계 인사를 접견한 것은 취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접견에는 18명의 게이단렌 대표단과 벳쇼 주한일본대사,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
이날 접견에서 박 대통령은 "한·일재계회의가 2007년을 마지막으로 중단이 됐는데 이번에 재개돼 기쁘게 생각한다"며 "양국 기업인들이 외부 여건 변화에 흔들리지 않고 협력을 강화해 가면서 양국 관계 발전에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또 박 대통령은 "내년은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는 뜻 깊은 해"라며 "양국이 과거사의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미래를 향해서 함께 출발하는 원년을 만들 수 있도록 기업인 여러분들의 각별한 관심과 노력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사카키바라 게이단렌 회장은 "한·일 경제관계가 최근 2~3년간 답보상태여서 우려가 된다"며 "한·일재계회의는 이러한 흐름을 바꿔 더욱 크고 새로운 경제협력 관계로 발전시키기 위해 상호 협력을 더욱 강화하자고 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다만 민간교류 촉진은 경제외교의 기반이 있어야 가능하다"며 "이를 위해 양국 정상회담 실현을 희망한다"고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이에 대해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양국 국민의 축복 속에서 맞이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갈라 만찬에서도 아베 총리와 논의한 바 있듯이 양국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서는 과거 상처 치유를 위한 일측의 진정성 있는 노력이 필요하고 이와 관련된 양국 정부간 논의가 성과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답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성공적인 정상회담을 위해서는 과거와 같이 정상회담 개최 후 오히려 한·일관계가 후퇴했던 사례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충분히 사전에 준비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일본정부가 국장급 협의에서 진정성 있는 제안을 해주길 희망하고 한국 정부도 여건조성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사카키바라 회장은 의견교환에 감사의사를 표하고 "아베 총리를 비롯한 일본 정부 관계자들에게 이 내용을 전달하겠다"고 전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발표를 축하하면서 "이는 한국에서 사업중인 일본기업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교역 활성화 방안과 관련해 박 대통령은 "양국 기업은 선의의 경쟁을 통해 관계를 발전시켜왔으나 최근 경기 침체 등으로 교역도 위축돼 안타깝다"며 "이제는 중간재·부품 위주의 교역에서 최종 소비재 위주로 교역을 확대시켜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3국 공동 진출과 관련해서는 "양국은 이미 플랜트 분야에서 20여건의 제3국 공동 진출 성공사례를 만들었다"면서 "이런 협력사업이 보다 많아지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경제통합 논의와 관련해 "현재 아태지역에서 여러 경제통합 논의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중인 상황에서 한·일 재계회의가 아태경제통합을 논의한 것은 시의적절하다"면서 "양자 FTA는 무역자유화를 촉진하나 장기적으로는 여러 양자 FTA들이 광역 FTA로, 나아가 WTO(세계무역기구)로 합쳐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한국과 일본의 많은 기업들이 아태지역 여러 국가에 생산네트워크를 보유중이므로 FTA도 이러한 추세에 발맞추어 발전돼 가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과 일본 정부는 한·중·일 FTA,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등에서 협력할 여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박 대통령은 외국인 투자 촉진법 개정 등을 비롯한 투자환경 개선 작업을 설명하고 "도레이사의 대한(對韓) 투자 성공사례와 같이 다른 일본기업들도 한국에서 성공하기를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이에 사카키바라 회장은 최근 군산에 추진중인 3000억원 규모의 신규사업을 포함한 도레이의 대한 투자현황을 설명하고 "이는 외국인투자 촉진법 등 한국 정부의 여러 지원 덕분"이라고 사의를 표명했다.
한편 1946년 설립된 게이단렌은 일본상공회의소, 경제동우회와 함께 일본 재계의 3대 경제단체 중 하나다. 회원사로는 일본의 주요기업 1309개, 주요업종별 전국단체 112개, 지방경제단체 47개 등이 포함돼 있다.
게이단렌 대표단은 지난달 30일 제24차 한·일재계회의 참석차 방한했다. 한·일재계회의는 우리나라의 전경련과 게이단렌이 함께 주최하는 회의인데 양국 관계 경색에 따라 한동안 중단됐다가 2007년 이후 7년만에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