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가 세종시 지역 중소상인과의 사업조정 절차를 마무리하지 않은 채 '세종점' 개점을 강행했다.
홈플러스는 소수의 유통업자가 대형마트 입점을 막아서는 이른바 '신종 알박기' 행태라고 주장하는 반면 소상공인들은 "홈플러스가 소상공인과 정부의 상생노력을 짓밟았다"고 비난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 13일 세종시 어진동에 지하 2층, 지상 3층 규모의 대형마트 '세종신도시점'을 개장했다.
앞서 홈플러스는 지난 6일 개점을 하려 했지만 세종시 서남부 슈퍼마켓사업협동조합과의 조정 불발로 개점을 연기했다. 조정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자 일주일만에 개장을 강행했다.
중기청은 홈플러스가 '사업개시 일시정지 권고'를 어긴 세종점에 대해 '사업개시 일시정지 이행명령'을 내리기로 했다. 중기청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법)'에 따라 최고 5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앞서 중기청은 상생법에 따라 지난 9월부터 4차례에 걸쳐 상생안 마련을 위한 개별면담과 자율조정회의 등을 진행했다. 양측 의견이 엇갈리며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중기청은 지난달 27일 홈플러스에 세종점의 개장 연기를 요청했다.
그럼에도 홈플러스는 판매 물품 반입과 직원채용 등 개장을 위한 준비를 강행했고 중기청은 또 다시 지난달 30일 사업개시 일시정지를 권고했지만 결국 홈플러스는 매장을 오픈했다.
이 과정에서 중기청은 중소상인 피해 최소화, 세종시 특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오는 24일 사업조정심의회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홈플러스는 지난 2012년 2월에도 고양터미널점 사업조정시 중소기업청의 사업개시 일시정지 권고를 무시하고 개점을 강행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는 "홈플러스 세종점은 세종시민들의 불편함과 납품 협력업체, 임대점주들의 막대한 손실을 두고 볼 수만은 없어 부득이하게 개점했다"며 "개점 이후에도 중기청의 중재 아래 자율조정회의, 심의회의 등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밝혔다.
홈플러스는 또 "세종시 유통시설 개점은 이미 오래전에 공지됐고 부지도 이미 5년 전에 매입했다"며 "불과 1년 전에 들어온 소수의 상인이 결성한 슈퍼조합이 사업조정 신청을 하고 개점을 막는 것은 부당하다"고 덧붙였다.
홈플러스에 입점한 임대매장 점주들과 납품업체들도 이번 홈플러스의 강행 오픈을 환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점 연기로 인한 손실을 개별 점주가 떠안아야하기 때문이다.
주민들도 홈플러스 개장을 반대하는 일부 상인들에 대해 너무 많은 금액을 보상 받으려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세종특별자치시 민원사이트에는 "조치원 홈플러스나 대전 이마트를 찾아가야 하는 상황에서 빨리 대형마트를 개장 해달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반면 세종시 서남부슈퍼마켓사업협동조합 측은 "소상공인과 정부의 상생노력을 짓밟았다"며 "앞으로 이마트와 하나로마트 등이 입주하면 더 큰 피해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상인들은 지난 6일 홈플러스 세종점 앞에서 집회를 열기도 했다.
업계에 따르면 슈퍼마켓협동조합은 영업시간 제한(오후 8시), 대용량 식자재 1000여 가지 판매 금지, 일정 금액 이하 배달 금지 등을 홈플러스에 요구했다. 인구규모에 따라 대형마트 개점을 제한하는 '총량제' 조례 제정과 상생발전기금 명목으로 10억원 이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세종시 전통시장연합회도 개장을 반대하며 30억원의 상생기금을 요구하고 있지만 홈플러스와의 거리가 유통산업발전법에서 지정한 1~3km를 넘어 사업조정 대상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