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 담배는 광고비와 유통비, 마진 등이 포함된 가격으로 세금을 매기고, 수입산은 이것이 제외된 수입 가격으로만 세금을 매기게 된다.”
담배에 대한 ‘개별소비세’가 기존 ‘종량제’가 아닌 ‘종가제’로 적용될 경우 이 같은 국내 역차별이 심각할 것으로 전망된다.
종가제는 담배소비를 고가담배에서 저가 담배소비로 전환시켜 저가 수입담배의 수입과 담배 밀수를 부추기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 6일 담배에 개별소비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개별소비세법’을 상정했다.
여기에는 담뱃값을 2000원 올리고 한 갑당 594원의 개별소비세를 부과하겠다는 정부의 개소세법 개정안도 포함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내 담배 생산업체들이 국내에서 담배를 생산할 경우 세금이 높아져 아예 국내 생산시설을 해외로 옮길 것”이라며 “담배를 수입해서 판매할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개별소비세는 보석 등 귀금속, 모피, 오락용품, 고급 사진기, 자동차 등의 물품이나 경마장, 골프장, 카지노, 유흥주점과 같은 시설 등 주로 사치품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업계에서는 기호품인 담배를 사치품처럼 취급, 분류하는 것은 입법취지에 어긋나며 국민건강 증진·보호와의 상관관계도 없는 상황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는 이번에 담배에 새롭게 개별 소비세를 부과하면서 현행 종량세 방식이 아닌 물품가(공장출고가격, 수입신고가격)의 77%를 부과하는 종가세 방식으로 개정했다.
종량세가 아닌 종가세 방식이 도입되면 국내산 담배의 경우 제조원가와 판매관리비(광고비, 유통비 등), 마진이 모두 합쳐진 출고가를 기준으로 세금이 부과된다. 반면 수입산의 경우 국내 광고와 유통비, 마진이 제외된 수입 가격을 기준으로만 세금이 부과된다.
결국 국내산은 과세표준 금액인 700~800원의 77%인 539~616원이 개별소비세가 되고 수입산의 경우 180~250원의 77%인 139~192원이 개별소비세가 된다. 이는 국내산 담배의 23%에 불과하다.
개별소비세 차이는 부가가치세와 소매인 마진까지 영향을 미쳐 결국 수입담배의 마진을 높이게 된다. 이에 따라 국내생산과 필리핀 공장제조시 동일제품 소매가는 1280원이나 차이가 난다.
따라서 저가담배에 세제상 혜택이 주어지게 되고 담뱃세 인상으로 가격에 민감해진 국내 소비자들로서는 저가 담배를 찾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저가 담배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중국, 동남아 등 주변국 담배가 대량 유입될 것으로 예측된다는 게 업계의 생각이다.
종가세 방식의 개별소비세 도입이 통과될 경우 국내 담배 생산업체들이 필리핀 등에서 제조된 수입 담배를 판매하거나 국내 생산시설을 해외 옮길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국내 담배사업 기반 붕괴와 국가 경제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외국계 담배회사 PM은 양산, BAT는 사천에 생산시설을 갖고 있지만 종가세 방식의 개소세가 도입되면 국내에서 철수해 해외공장에서 수입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KT&G 또한 국내 판매 제품을 해외 OEM 생산하거나, 현재 가동 중인 해외공장인 러시아, 인도네시아 등으로 제조기반을 이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현재 야당은 물론 일부 여당 의원들도 국세인 개별소비세 신설로 담배과세 수입의 중앙-지방 배분문제 발생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한국납세자연맹 또한 “저소득층 소비가 많은 담배에 고율의 개별소비세를 신설 부과하는 것은 흡연자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개별소비세의 3배가 넘는 77% 부과는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에 어긋나 위헌소지가 많다”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