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10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타결이 선언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뒤에는 막판까지 치열했던 협상 과정이 숨어 있었다.
이번 협상은 양국 정상들이 회담 시작 2시간 가량을 남겨놓고서야 극적으로 최종타결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지난 2012년 5월 협상 개시를 선언한 양측 협상팀은 조금이라도 '덜 내주고 더 받기' 위해 물고 물리는 수싸움을 거듭했다는 후문이다.
그 결과가 이날 한·중 정상회담에서 서명된 양해각서(MOU) 성격의 '한·중 FTA 합의 의사록'이다. 30개월 간의 지루한 줄다리기에 찍혀진 마침표인 셈이다.
이날 중국 베이징에서 한·중 정상회담 뒤 열린 브리핑을 가진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과 한·중 FTA협상대표단 교체수석대표인 김영무 동아시아FTA추진단장 등에 따르면 지난 13차례의 협상 끝에도 남은 쟁점이 많았던 양국은 4일부터 시작된 14차 협상을 앞두고 3주간 집중적으로 비공식 협상을 진행했다.
이미 한·중 정상 간에 FTA의 연내 타결 의지가 수차례 재확인된 상황에서 이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리는 이번 한·중 정상회담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였기 때문이다.
양국이 지난 6일부터 14차 협상에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가오후청(高虎城) 중국 상무부장을 직접 대표로 참석시키는 등 통상장관급으로 협상의 격을 높인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6일 밤까지 잔여쟁점을 완전히 털어버리지 못하자 양국은 주말 내내 철야협상을 진행했다. 양국의 개방 수준과 쌀 시장 제외 문제, 품목별 원산지 기준 등에서 완벽한 합의를 이뤄내지 못해서다.
이날 새벽까지 치열한 수싸움을 거듭하던 양측은 마지막 주고받기에서 타결을 이뤄내 오전 8시(현지시간) 한·중 통상장관 간에 최종 합의를 확인했다. 한·중 정상회담까지 불과 두 시간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이었다.
이는 제조업의 조기 개방을 노린 우리나라와 농수산물의 개방 확대를 노린 중국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섰던 결과다.
그러나 양측은 14차례의 협상을 거치면서 우리나라의 초민감 품목인 쌀을 양허 대상에서 빼기로 했고 최종적으로는 쌀 시장의 개방을 아예 협정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앞으로 협정 문안 수정 등 한·중 FTA와 관련한 남은 절차에서 협상 테이블에 오른 여지 자체를 없앤 것이다.
대신 자동차와 LCD 등 우리 측이 공격적인 분야는 양쪽 모두 개방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타협했다. 우리가 관세 장벽을 유지하는 초민감 품목에 농수산물을 넣었던 것처럼 중국도 자동차와 LCD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많이 했고 이를 인정함으로써 '빅딜'에 이를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는 국내 자동차와 LCD 업체들이 중국 현지에서 생산·판매하는 체제로 전환하고 있기 때문에 관세 인하에 따른 우리쪽의 실익이 크지 않을 것이란 판단도 작용했다.
반대로 중국이 공격적으로 나선 농수산물의 경우 수입액 기준 40%라는 개방선을 놓고 우리측과 공방이 벌어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이 수입액 기준 외에 품목수 기준 70%라는 개방화율도 정해놓았지만 여기에는 국내 생산이 없거나 양국간 교역이 없는 품목들이 대거 들어가 있기 때문에 수입액 기준을 높이려는 중국과 낮추려는 한국이 치열하게 맞섰다는 얘기다.
이 과정에서 한때 개방화율이 높아져 협상에 우리측이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끝까지 수입액 기준 40% 선을 지켰다는 점에서 청와대는 이번 협상 결과에 고무된 표정이다.
이밖에도 중국은 서비스 분야에서 금융, 통신, 전자상거래 등을 처음으로 FTA에 포함시킴에 따라 우리나라는 과거 상품 위주의 진출에서 서비스로 시장을 다변화할 수 있게 됐다.
반면 중국이 우리측에 개방을 요구한 의료 시장은 우리측의 민감성을 반영해 양허에서 제외됐다.